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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훈증 매트형 모기약 ‘홈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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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눈이 매운 모기향과 뿌리는 모기약이 대부분이던 1980년, 새로운 모기약이 나왔다. 매트 한 개를 훈증기에 꽂아 놓고 자면 목 아픈 걱정 없이 모기를 쫓을 수 있었다. 훈증 매트형 모기약 ‘홈매트’다. 국내 첫 제품에, 출시 이후 줄곧 시장 점유율 1위다 보니 매트 형태의 모기약을 지칭하는 일반 명사로 쓰인다. 동화제약에서 개발해 클로락스, 그리고 지금의 헨켈코리아로 제조회사가 세 번 바뀌었지만 브랜드는 그대로다. 국내에서 개발해 경기도 안산 반월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점도 변하지 않았다.

처음 매트용 펄프와 살충 원액은 일본에서 수입했지만 이를 적절한 솔벤트(용제)와 섞어 매트에 적시는 것은 국내 기술로 해야 했다. 살충 성분이 날아가는 속도를 조절해 최대 12시간 계속되게 하는 것이 최대 난관이었다. 휘발점이 다른 여러 솔벤트를 비율을 달리해 섞는 수백 번의 실험 끝에 제품을 만들어냈다. 계속 맡았을 때 머리가 아프지 않게 향의 농도를 적당히 조절하는 것도 어려웠다.

처음 나왔을 때 매트 한 장이 100원, 훈증기는 2000원이 넘었다. 81년부터 근무한 생산담당 지관승 부장은 “직원들 월급이 10여만원 할 때여서 훈증기가 거의 가전제품 대접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비싸다 보니 판매량이 적어 초기엔 한 해 5개씩 직원들에게 판매 할당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아이들이 있는 집엔 꼭 있어야 할 제품이란 인식이 퍼져 91년 생산액 1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엔 250여억원어치가 팔렸다.

매트의 파란색은 살충 성분과 무관했다. 다 쓴 제품을 구별하기 위해 넣은 것이다. 훈증이 끝나면 파란 색이 날아가 탈색되게 만들었다. 최근엔 녹색의 허브 매트와 분홍색의 아로마 매트가 나와 매트는 파란색이란 고정 관념이 깨졌다.

홈매트 연구개발 담당 장호현 부장은 “28년 동안 살충 성분은 3세대가 바뀌었고, 쓰는 양은 4분의 1로 줄었다”며 “독성은 줄이고 효과는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이 개발되면 일본의 모기 실험실에 보내 6~9㎡의 방에 모기 50마리와 훈증 매트를 넣고 모기가 확실히 죽는지를 본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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