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적십자 접촉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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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5일 시작되는 식량지원을 위한 제5차 남북 적십자 접촉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를 전망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접촉은 지난해 12월 4차 접촉이 '식량 분배의 투명성 보장' 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된 이후 3개월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당시 남북 적십자 간에는 지원규모.인도시기에 대한 잠정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국제적십자사연맹 (IFRC) 현지 대표들의 분배 결과 확인 문제에 대한 북한측의 거부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적 (韓赤) 은 이번 접촉에서 일단 3차 식량지원 전달의 성사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북측이 분배 투명성에 약간의 성의를 보일 경우 곧바로 3차 대북 식량지원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식량 전달이 이뤄질 수 있다.

한적이 제시할 규모는 옥수수 기준 약 5만t. 지원 품목은 국내산 밀가루와 식용유.분유.소금 등으로 다양하다.

스위스 네슬레사가 한적에 기탁한 1억원 상당의 초콜릿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한적 관계자는 "지원 품목을 다변화한 것은 환율 상승과 중국산 옥수수 가격 폭등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한적은 현재 민간단체 등에서 기탁한 성금과 약정금액을 포함, 95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3차 대북지원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식량지원 문제가 일정한 진전을 보일 경우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이산가족 상봉을 현안으로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의 식량지원으로 남북간의 화해분위기가 어느정도 무르익었다는 판단이다.

북한도 무언가 '선물' 을 준비하고 나올 것이란 기대가 배경으로 깔려있다.

특히 북한이 이달초부터 이산가족 주소 안내소를 설치.운영하고 있는 점을 한적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지난 16일부터 엿새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4자회담 2차 본회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나 적십자 접촉도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북풍 파문' 같은 민감한 사안들이 진행중이어서 돌발적인 상황 전개도 우려된다.

그러나 춘궁기를 넘겨야 하는 북한이 식량지원에 적극 매달릴 가능성은 다분하다.

때문에 북한이 새 정부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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