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생떼 쓸땐 못본척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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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상습적으로 (?) 그자리에 드러누워 떠나갈듯 울어대는 자녀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대부분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2~4세 무렵 어린이들이기 때문에 말로 타이르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공공장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란을 일으키므로 부모들은 여간 난감한 것이 아니다.

이 경우 가장 적절한 대처요령은 철저히 무시하는 것. 아무리 떼를 쓰더라도 부모들이 초연한 자세를 보여야 빠른 시간내에 진화된다.

가톨릭의대 부천성가병원 최보문교수 (소아정신과) 는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일 경우 앞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계속 생떼를 쓰게 된다" 고 들려준다.

어린이들이 떼쓰기 쉬운 곳이 완구점 앞. 갖고 싶은 장난감을 부모가 사주지 않을 때 보통 때보다 훨씬 심하게 울어댄다.

그래서 '분노발작' 이나 '지랄침' 이란 의학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 문제는 부모들이 달래고 때리다가 마지못해 장난감을 사주는 것. 주위의 시선을 스스로 못견디거나 '창피하다' 는 생각때문에 빨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수록 오히려 자녀에겐 독이 된다.

자녀들이 이런 문제해결방식에 익숙해지면 분노발작을 상습적으로 악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른 척하고 스스로 지쳐 포기할 때까지 기다리는 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서너차례 자신의 생떼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게 되면 대부분 저절로 좋아진다는 것. 분노발작은 심리적으로 공격성을 제어할 수 있는 적절한 통제수단을 습득하기 못한 단계에서 욕구불만이 생겼을 때 일어난다.

이 시기 자녀들이 떼를 쓰는 것은 자연스런 성장과정의 하나. 부모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성격장애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떼를 쓰기 시작하는 초기단계부터 부모들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분노발작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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