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2제]경마장, 토·일요일 인산인해 "스트레스 풀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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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는 우리사회 곳곳에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회사를 떠난 실업자와 실직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사행 (射倖) 심리를 자극하는 곳에 몰리는가 하면 안정된 생업을 보장해주는 자격증 따기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IMF 현상' 을 실감할 수 있는 두곳을 찾아가 본다.

토요일인 21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경마장. 5개층의 관람대와 수십대의 CCTV앞에서 마권을 쥐고 초조하게 경주를 지켜보는 입장객 가운데 넥타이를 맨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러대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최근 IMF한파로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샐러리맨들이나 실직자들이 대거 경마에 몰입하고 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올들어 경마가 열리는 토.일요일에 경마장을 찾는 인원은 서울경마장과 서울 뚝섬.창동등 수도권에 설치된 20개 실내 경기장 입장객을 포함해 10만6백여명. IMF체제 이전인 지난해 8월의 8만여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서울경마장을 자주 찾는 만화가 배금택 (裵錦澤.49) 씨는 "5년째 꾸준히 경마장을 찾고 있으나 요즘처럼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처음보며 특히 토요일 오전에도 사람들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실직자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 고 말했다.

회사원 朴모 (30.서울 성동구 화양동) 씨는 "전에는 주식에 재미를 붙였으나 최근에는 불안한 주식투자를 그만두고 볼거리 삼아 경마장에 오곤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가벼워진 주머니탓에 경마장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해 하루평균 마권판매액은 3백25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억원이 줄었다.

초보 경마팬들과 실직자들이 3천~4천원정도의 소액 배팅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마사회측은 풀이했다.

김관종·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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