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부채 7조6천억 증가…민선 1기 50%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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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95년 7월 출범한 첫 지방자치정부가 오는 6월4일 지방 선거를 치르고 나면 마감된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민선 (民選)에 걸맞게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앞다투어 벌여왔다.

시.도 관계자들은 "사회간접자본 등 대부분 공익사업에 썼기 때문에 바람직한 측면이 많다" 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장의 경영마인드 부족과 전시행정이 문제" 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70여일 앞두고 '민선 1기' 의 빚 현황을 긴급 점검했다.

부산시는 최근 몇년 동안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형 사업들이 차질을 빚으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부산시의 총부채규모는 2조24억원. '민선 시대' 이전 부채규모 8천6백1억 (94년12월31일 기준)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부산정보단지의 민자참여 대주주인 선경그룹이 사업참여를 포기함에 따라 땅 매입비와 보상비 등 4천억원을 고스란히 떠안았고 녹산공단 배후 주거지역으로 개발한 명지주거단지가 지반이 약해 거의 분양되지 않아 공사비 1천3백억원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신호지방공단 조성을 위해 8백21억원을 빌렸는가 하면 2002년에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를 대비해 도로.다리를 건설하느라 1천6백30억원의 빚이 새로 생겼다.

부채 규모가 이렇게 늘어나면서 부산시민들이 올해 갚아야할 원금.이자만도 무려 4천억원에 이른다.

민선단체장이 들어선 이후 각 지자체의 빚 규모가 엄청나게 불어난 사실이 본사 전국취재망의 조사 결과 확인됐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16개 시.도의 원금기준 빚 (지역개발기금 조성액을 포함한 총 채무 기준) 은 23조1천3백57억원으로 94년말 15조4천7백28억원에 비해 7조6천6백29억원이나 늘었다.

불과 3년 사이 총 채무규모가 50% 가량 불어난 셈이다.

시.도별 채무 규모는 서울.경기.대구.부산 등이 많은 반면 제주.울산.대전.충북 등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었다.

특히 대구.부산.제주 (울산은 97년 7월 광역시로 승격) 의 경우 빚 규모가 2배 이상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빚 규모가 커진 이유는 '민선' 과 '공약' 을 의식해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인 데다 일부는 경영마인드가 없는 상태에서 추진한 수익.개발사업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 경기도의 경우 94년말 2조1천5백86억원에서 지난해 말 3조3천3백57억원에 달해 3년 사이 1조1천7백71억원 증가했다.

채무 중 상당액이 택지개발사업에 쓰였는데 최근 건설경기의 위축으로 분양이 제대로 안돼 재정에 압박을 주고 있다.

시흥시의 경우 많은 토목사업을 벌여 같은 기간 중 1천2백65억원에서 2천2백46억원으로 늘어 도내 시.군중 증가폭이 가장 높았다.

제주도는 3년 사이 무려 4배 이상 불어났지만 전체 규모는 아직 5천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신구범 (愼久範) 지사의 공약인 서울제주회관.컨벤션센터 건립 등 일부 사업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다는 평이다.

대구시도 문희갑 (文熹甲) 시장의 공약에 따른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으로 부채 증가가 두드러졌다.

앞산 순환도로.고산국도.대구종합경기장 등 대형 토목사업을 벌였고 큰 규모의 외국자본까지 끌어들였다.

4천4백여억원이 늘어난 서울시는 11조원을 투입한 서울 지하철 건설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송분담률 등을 제대로 예측하지 않는 등 무리하게 투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충북 청주시의 경우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 수익사업 차원에서 수억원을 들여 운천동 무심천 변에 하상주차장을 만들었으나 이용객이 전혀 없어 예산만 낭비하기도 했다.

명지대 정세욱 (鄭世煜.행정학) 교수는 "지방단체장들이 경제적으로 치밀하게 따지지 않고 재임중 주민들의 입맛에 맞는 사업들만 골라 시행하는 것이 문제" 라며 "단체장들이 '잘못하면 후세에 빚만 남기게 된다' 는 책임의식과 함께 철저한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고 해법을 제시했다.

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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