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의 반란'… '내신전쟁' 불만 폭발 … 집단행동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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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고교 1학년생이 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여는 촛불시위에 참여하자는 내용이다.

'내신 위주 대입제도 반대 촛불시위 5월 7일 광화문 앞에! 모두 갑시다'.

D외고 1학년 유모양은 지난달 30일 친구로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친구도 다른 누군가로부터 받았다. 유양은 "주말인 7일에 친구들과 광화문에 나갈지를 의논 중"이라고 말했다. 유양의 반 친구 3분의 2가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내신 성적 반영 비율이 커지는 2008학년도 입시안에 따라 이른바 '내신 전쟁'을 치르고 있는 고교 1학년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카페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과격한 의견들을 서로 나누면서 촛불시위와 교육부 홈페이지 테러를 들먹일 정도다.

최근 잇따른 고교생 자살 사건, 내신등급제를 의식해 어렵게 출제된 중간 고사, 그리고 서울대의 '논술형 본고사'도입 발표 등이 고1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1일 한 포털사이트에는 '교육인적자원부에 항의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글쓴이의 ID는 '저주받은 89년생'. 현재의 고교 1년생이 대부분 1989년 출생이라는 것을 빗댄 것이다. 그는 "공책을 가져가 찢는 친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일곱에 피 말리는 전쟁을 경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스로 뛰어내리게 하사 경쟁자를 물리쳐 주심에 감사합니다"고 적었다. 하루 만에 3600여 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지난달 30일과 1일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고1학년생들의 인터넷 카페가 생겨났다. '내신등급 반대 추진''내신등급제.고교등급제 반대모임''내신 등급제 반대 추진회'등이다.

특히 '내신등급 반대 추진'카페는 개설 이틀 만인 2일 오후 회원수가 2980명을 돌파했다.

이 카페에는 '교육부 사이트 테러 홍보문'도 올라왔다. 7일과 8일, 14일과 15일 저녁 네 차례에 걸쳐 교육부 홈페이지를 동시에 접속해 다운시키자는 것이다.

선동적인 글도 많다. 'Nosleep'이라는 학생은 "우리나라 교육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때가 온 것"이라며 "교육의 민주화,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궁극적인 목표"라고 주장했다.

서울대의 '논술형 본고사'에 대한 불안감도 표출되고 있다. 서울 M여고 1학년 김모양은 "서울대 입시안처럼 본고사가 도입되면 교육부만 믿고 내신에 치중했다가 망하는 거 아니냐"며 "촛불시위라도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예측할 수 없는 입시제도가 학생들을 불안감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가정에서 대화를 통해 자녀들의 정서적 불안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신 등급제란=학생부 성적을 5단계(수.우.미.양.가)의 절대평가에서 1~9등급의 상대평가로 바꾼 것.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절대평가 방식 때문에 학교가 쉬운 시험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이유로 현재의 고1생부터 이를 적용키로 했다. 학생들은 이를 내신등급제라고 부른다.

백일현.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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