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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절 소련도 미국 핵 과대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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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영국 BBC가 역사적으로 정보에 실패한 전쟁을 정리했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이라크 전쟁을 정보 실패에서 비롯된 잘못된 전쟁이라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정보의 과대평가=미 중앙정보국(CIA)이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를 과대평가한 것이 단적인 예다. 냉전시절 소련도 미국의 핵 공격 가능성을 과대평가했다.

소련의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는 핵 공격을 뜻하는 러시아어 단어들의 머리글자를 딴 라이언 작전을 통해 미국이 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KGB는 스파이들에게 핵 공격과 관련된 징후가 있으면 보고할 것을 명령했고 그 결과 온갖 해괴한 보고가 올라 왔다. 다행히 이를 감지한 서방당국이 귀순 소련인 올레그 고르디에프스키를 통해 모스크바를 안심시켜 미.소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정보의 과소평가=스탈린은 1941년 히틀러가 소련 침공을 준비 중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영국과 미국이 이를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소평가했다.

스위스에 배치된 소련 첩자가 정확한 침공 날짜까지 제보했는데도 스탈린은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정보에 대한 무지=41년 미국을 겨냥한 일본의 호전적인 신호가 포착됐다. 그러나 워싱턴 고위층은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당시 미군의 레이더는 일본 전투기의 신호를 포착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정보당국의 경고를 무시하는 것=고대 트로이 전쟁에서 예언능력을 지닌 카산드라는 그리스군이 남겨놓은 목마를 성안에 들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로이 왕은 이 경고를 무시했다. 그 결과 트로이는 그리스군에 의해 철저히 파괴됐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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