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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디지털기술 접목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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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09년 4월 말 레오모터스가 선보인 전기자동차가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전기자동차라고 자부합니다.”

전기차 개발 레오모터스 이정용 사장 인터뷰 #나이키가 모델 …“후손에 숨 쉴 수 있는 공기 물려주고파”

10년의 실패를 딛고 국내 최초로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용 파워트레인을 개발한 이정용(45) 레오모터스 사장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 사실상의 첫 전기자동차”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들인 개발비는 120억원. 그 흔한 정부 지원금 한 푼 못 받았다고 했다.

>> 레오가 만든 전기자동차의 핵심 기술이 뭡니까?
“디지털 솔루션입니다. 엔진과 연료저장 장치에 해당하는 모터와 배터리를 디지털 기술로 제어합니다. 사상 최초로 본격적인 디지털 전기자동차 시대를 연 셈이죠. 무엇보다 배기량 2000㏄ 미만의 모든 엔진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개조할 수 있습니다.”

>> 전기자동차는 배터리가 문제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파워가 약할뿐더러 수명이 짧다는 것이죠.
“저희 배터리 파워팩은 폭발 위험이 없는 16세대 리튬 폴리머를 씁니다. 휴대전화 배터리와 달리 완전 방전이 안 된 상태에서 충전하더라도 메모리 현상이 나타나지 않죠.

유효 충전횟수가 4000회에 달해 매일 충·방전해도 10년 이상 쓸 수 있습니다. 수명이 다하면 재생할 수 있고, 폐기하더라도 자연상태에서 분해됩니다. 바다에 버리면 완전 분해됩니다. 전기차가 본래 클린카지만 저희 것은 배터리도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죠.”

>> 모터를 장착한 차량은 구조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전기자동차의 상용화를 뒷받침할 법제 정비도 안 돼 있지 않습니까?
“국토해양부가 법적 기준을 만드는 중입니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 접촉 중입니다.”
신개념 자동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사장은 모교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에 교수로 몸담은 1997년 태양광 자동차 연구를 시작했다.

2000년 전기자동차 연구로 돌아섰고, 전기자동차를 개발하려 북한 평화자동차에서도 일했다. 체제 문제로 북한에서는 전기자동차를 양산하는 것이 불가능하자 2006년 레오존이라는 회사를 차려 본격적으로 전기자동차 개발에 착수했다. 직접 개발한 차로 시험 주행하다 배터리가 폭발해 죽을 뻔한 일도 있었다.

2005년 초기 모델인 SGK를 개발할 때였다. 자금이 바닥나 점심식사를 해결할 돈도 수중에 없었다. 3명의 연구원은 라면을 끓여 먹게 하고 회사를 나와 무작정 걸었다. 화장실에 가 수돗물로 허기를 달랜 적도 있다고 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가면서 아는 사무실에 들러 자료를 프린트하고 두 시간 거리를 걸어간 일도 있다.

그의 눈은 세계 시장을 향하고 있다. 파워트레인 개발 3사 중 유일하게 초정밀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을 자체 개발했고 전 부품을 국산화해 가격 경쟁력에도 자신 있다고 했다.

>> 우리나라에서 전기자동차 산업이 꽃피우려면 어떤 전제가 충족되어야 하나요?
“모터, 배터리, 컨트롤러, BMS 등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네트워크화해 기반 산업이 서로 맞물려 발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충전망 산업 등을 육성하고 법제도 손봐야죠. 물론 자금 지원도 중요합니다.”

이 사장은 나이키 같은 회사를 꿈꾼다. 연구개발(R&D)과 마케팅 기능만 유지하고 전기자동차 양산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자식 세대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은 이기적인 세대입니다. 배기가스 없는 전기자동차 시장을 창출해 후손들에게 숨 쉴 수 있는 공기나마 물려주고 싶습니다.”

이필재 편집위원·jel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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