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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법률 몰라 피해 보는 교민 없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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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에 자리한 한국문화원 강당에선 15일 오후 이색적인 ‘모의 법정’이 열렸다. 한국 유학생들이 판사와 변호사, 그리고 원고와 피고로 분장해 민사 사건을 놓고 열띤 법정 공방을 벌였다. 피고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는지가 쟁점이었다.

모의법정이었지만 모두가 진지했다. 객석에 초청된 한국기업·대사관·한국상회·한국인회 관계자들이 흥미롭게 이 광경을 지켜봤다.

이날 모의재판을 기획하고 준비한 이들은 베이징·칭화(淸華)·런민(人民)·정파(政法)대학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는 한국 유학생 40여 명. 이들은 ‘재 중국 경제·법률 학생 연합(ECOLA)’을 3월 중순에 결성한 뒤 첫 공식 행사로 이번 모의법정을 준비해왔다. 이들과 뜻이 맞은 중국인 학생 10여 명도 동참했다.

“중국의 급변하는 경제와 법률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 및 교민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유학생들도 이런 활동을 통해 사회 경험을 축적해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어요.”

정파대에 재학중인 김예원(23·사진) 학생연합 회장은 이번 활동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했다. 유학생들은 공부 시간을 쪼개 2개월간 행사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중국의 경제 정책이나 법률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잘 몰라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교민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김 회장은 “한국은 재판이 3심제이지만 중국은 2심으로 끝난다”며 “모의법정을 통해 중국에서 부득이하게 소송을 하거나 소송을 당할 때의 대응 방법과 절차를 연극 보듯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민들이 중국의 법률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며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사건에 직면했을 때 증거를 확보하는 노력을 한다면 낭패 보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모의법정과 세미나 자료 조사 과정에서 학생연합에 동참한 중국인 학생들이 중국 기업을 직접 접촉하는 등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모임을 통해 한국과 중국인 젊은이들이 서로 더 잘 이해하는 기회도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박한진 부장, 국중법률컨설팅 김덕현 대표를 초청해 질의응답도 벌였다.

김 회장은 “이번 모의법정과 세미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봄과 가을에 두 차례 유사한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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