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법정이었지만 모두가 진지했다. 객석에 초청된 한국기업·대사관·한국상회·한국인회 관계자들이 흥미롭게 이 광경을 지켜봤다.
이날 모의재판을 기획하고 준비한 이들은 베이징·칭화(淸華)·런민(人民)·정파(政法)대학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는 한국 유학생 40여 명. 이들은 ‘재 중국 경제·법률 학생 연합(ECOLA)’을 3월 중순에 결성한 뒤 첫 공식 행사로 이번 모의법정을 준비해왔다. 이들과 뜻이 맞은 중국인 학생 10여 명도 동참했다.
“중국의 급변하는 경제와 법률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 및 교민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유학생들도 이런 활동을 통해 사회 경험을 축적해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어요.”
정파대에 재학중인 김예원(23·사진) 학생연합 회장은 이번 활동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했다. 유학생들은 공부 시간을 쪼개 2개월간 행사를 준비해왔다고 한다. “중국의 경제 정책이나 법률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잘 몰라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교민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김 회장은 “한국은 재판이 3심제이지만 중국은 2심으로 끝난다”며 “모의법정을 통해 중국에서 부득이하게 소송을 하거나 소송을 당할 때의 대응 방법과 절차를 연극 보듯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민들이 중국의 법률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며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사건에 직면했을 때 증거를 확보하는 노력을 한다면 낭패 보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모의법정과 세미나 자료 조사 과정에서 학생연합에 동참한 중국인 학생들이 중국 기업을 직접 접촉하는 등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모임을 통해 한국과 중국인 젊은이들이 서로 더 잘 이해하는 기회도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코트라 베이징 무역관 박한진 부장, 국중법률컨설팅 김덕현 대표를 초청해 질의응답도 벌였다.
김 회장은 “이번 모의법정과 세미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봄과 가을에 두 차례 유사한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