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모습 보인 메드베데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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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메드베데프(44) 러시아 대통령이 '약한 모습'을 보였다. 현직의 프리미엄을 살려 당연히 연임에 도전해야 함에도 2012년에 있을 대선을 피한다는 인상을 줬다. 그의 정치적 스승이자 강력한 라이벌이기도 한 블라디미르 푸틴(57) 총리를 의식한 것일까. 메드베데프는 전임자인 푸틴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돼 지난해 크렘림의 주인이 됐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21일 극동 하바로프스크를 방문해 현지 대학생들과 가진 면담에서 “임기가 끝나면 대학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강의를 하는 데서 큰 만족을 얻었으며 교수가 스스로의 지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 법대 출신의 메드베데프는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인 1990년부터 9년 동안 모교에서 민법을 강의했다. 민법 교과서를 쓰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메드베데프의 발언을 최근 차기 대선에 나설 뜻을 비춘 푸틴 총리와의 경쟁을 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2000~2008년 2기를 연임한 푸틴은 자신의 오랜 심복인 메드베데프를 후계자로 앉히고 스스로 총리로 물러 앉아 수렴청정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도 사실상의 실권은 푸틴 총리의 손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모스크바 정계에선 최근 들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푸틴의 권위주의적 통치 노선과는 차별화되는 자유주의적 개혁 조치를 잇따라 취하면서 두 지도자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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