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영애 황토팩 소송 중 안타까운 파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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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22일 발간되는 프리미엄 여성중앙에서 탤런트 김영애의 파경 소식을 특종 보도했다. 다음은 보도 내용 전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년. 그래도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세월을 부부의 인연으로 살았으니 그 축적된 시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으리라. 연초부터 이어진 영화 ‘애자’의 촬영과 마지막 코스인 쫑파티까지 끝내놓고 나니 모처럼 운신이 편해졌다던 5월 중순.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실은 작년 10월에 이혼했어요. 그동안 다시 합쳐보려고 서로 왕래하면서 노력을 했는데 최근에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이젠 좀 홀가분해지고 싶어요.”

망설이다 입을 뗀 그녀의 얼굴에 착잡한 그림자가 빠르게 스쳐갔다. 씩씩한 듯 말을 이어갔지만 마음속 공허감은 감출 수 없는 노릇. 지난 수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열렬히 사랑했던 부부의 히스토리를 지켜봐온 기자에게도 쇼크였다. 저간의 사정을 듣는 내내 ‘재결합’의 가능성을 궁리하고 있던 기자는 이틀 후 남편 박 모씨를 만났고, 수차례 양쪽과 통화하며 해결 방법을 모색했으나 결국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말과 함께 각자의 길을 가겠노라고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탤런트 김영애가 황토팩 회사를 함께 운영하던 남편 박씨와 작년 10월 말 협의이혼 절차를 마쳤다. 그로부터 계절이 세 번째 바뀌는 동안 주변에서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위기는 여러 곳에서 감지됐지만 여전히 사업 파트너로 나란히 움직였고, 지난 3월 김영애의 외아들 결혼식에도 남편이 혼주로 자리를 지키는 등 외관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저 맑음과 흐림을 반복하는 여느 부부들의 애정 전선처럼 그들도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을 뿐이고, 두 사람 입장에서는 그녀가 말한 대로 깨진 관계를 봉합하려 노력하고 있던 차였다

이들에게 이상 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 매출이 정점을 찍으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부부가 KBS ‘소비자 고발’의 황토팩 유해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을 무렵이다. 황토팩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됐고, 일부 제품에 쇳가루가 들어 있다는 보도는 이들의 도덕성과 명예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얼마 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황토팩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안전한 수준이라는 검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지만 금전적·정신적 손해를 보상받기에는 벌어진 일이 너무도 중차대했다. 그녀는 수면제로도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고, 회사를 이끌고 있던 남편은 사건을 수습하느라 밤낮없이 KBS와의 소송에 매달렸다. 누구를 탓할 새도 없이 대화가 줄면서 간극이 점차 벌어졌고, 그만큼 서로를 향한 서운함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양쪽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어떻게든 고비를 넘기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했지만 각자 심리적인 충격을 최소화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론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지난해 여름, 그녀의 하와이행 소식이 전해졌다. 출국 즈음 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음을 토로한 적이 있다. 배우도, 사업가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자연인 김영애로 돌아가 그야말로 자유롭게 지내고 싶은 소망을 간절하게 내비친 것. 그게 유학이라는 물꼬로 풀렸고, 3개월 간 어학연수 코스를 마치고 귀국했다. 떠날 땐 혼자였지만 돌아올 땐 남편과 함께였다. 그간의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의기투합하기로 정리한 두 사람. 그러나 한 번 벌어진 틈새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서로의 마음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음을 확인한 부부는 별거를 시작했고 급기야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살아본 사람들은 부부의 인연이란 게 쉽게 만나지지도 또 쉽게 헤어지지도 못하는, 구구절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관계임을 안다. 이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서로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법적인 부부 관계를 청산했지만 인연의 고리가 곧바로 싹둑 잘려 나가진 못했다. 더구나 온전히 두 사람의 힘만으로 사업을 시작해 수백억대 매출을 올린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두 사람의 역사는 단순한 부부 이상의 것이기에 한 번 더 자신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그것이 ‘재결합’의 노력으로 표출됐고, 실제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남편 박씨가 김영애 외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것도, 영화 촬영 현장인 부산으로 응원 방문을 간 것도 재결합 무드를 증명한다.
최근에 어떤 일로 다시 돌아서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다만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믿는다고 했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했으니 오히려 아슬아슬한 상황이 종료된 지금이 조금은 홀가분하다고. 위자료와 재산 분배 등의 껄끄러운 문제들도 합리적으로 해결했다고 전했다. 결심하고 번복하고 또 결심하기까지 두 사람의 고민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바,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평안해지기를 바란다.

프리미엄 여성중앙 허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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