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국회' 뒤늦은 봄바람]쟁점처리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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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추경안 처리

한나라당이 추경예산심의 수용을 밝혔지만 정치적.기술적 문제들이 얽혀 있어 추경안 심의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관건은 우선 한나라당이 구 (舊) 정부가 2월9일에 제출해 놓은 추경안은 심의할 수 없고 새 정부가 새로 내야한다는 방침을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추경안은 예산원안 (原案)에서 1조7천억원 정도가 줄어든 73조7천6백여억원. 긴축재정을 위해 각종 사업비와 농어촌지원비 등이 크게 줄어 새 정부로서는 인심을 잃는 '추경안의 제출자' 가 되기 싫은 것이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여당에 이런 정치적 부담을 안기기 위해 새 정부의 새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여권은 정부가 새로 추경안을 작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맞서고 있다.

상황의 급박성을 지적하는 여론이 높아 한나라당이 명분을 세워 현재의 추경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은 김대중대통령이 현재의 추경안에 새 정부의 의사가 반영돼 있음을 천명하는 모양새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이에 덧붙여 여야는 정부조직이 달라졌고 환율.금리.성장률 등 경제요건이 바뀌었으니 몇달 후 다시 추경안을 편성하는 방향으로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3당이 합의하더라도 정부조직이 달라졌기 때문에 상임위별 소관부처를 새로 조정해야 상임위별 추경심사가 가능하다.

추경안을 매개로 해 의사일정이 정상화되면 여야는 상임위 조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공직사퇴시한 변경 문제도 다룰 게 예상되는 데 현행법상으로는 이미 공직사퇴시한 (3월6일) 이 지났다.

때문에 6월 지방선거에 적용할 수 있게끔 소급입법을 시도할 경우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JP署理.중진協

한나라당이 추경안 심의를 수용함으로써 경색정국에 물꼬가 틔었다.

그래서 추경안 협상이 여야 중진 또는 대표회담으로 이어져 JP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JP문제에 관해선 두가지 전망이 있다.

하나는 여야가 극적으로 재투표에 합의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공식적으론 매우 강경하다.

11일 의총은 "재투표는 절대로 없다.

JP용퇴만이 정치난국 타개의 유일한 길" 이라고 의결하기까지 했다.

이한동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당 의원의 투표행위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재투표요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의 저변에선 "명분을 세워 재투표를 수용해야하는 것 아니냐" 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李대표의 말도 거꾸로 여당측이 투표를 저지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면 재투표를 수용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국민회의도 '유감표명' 에 대해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때문에 관건은 자민련이 과연 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외적인 체면도 체면이지만 자민련은 결과가 불안한 재투표를 하는 방안과 시끄럽더라도 총리서리체제 굳히기로 들어가는 것중 어느 쪽이 실리에 맞는가를 계산할 것이다.

당장은 '유감표명' 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하나의 전망은 여야가 JP총리서리를 하나의 고정여건으로 두고 정국에 임하는 것이다.

JP서리 정국은 장기 (長期) 고착화에 들어가게 되며 여야는 정치적으론 승강이를 계속하고 경제현안엔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한나라당이 중진회담을 수용할 가능성은 크다.

李대표는 이에 대해 "지난번 총무회담에서 일단 거부한 상태이나 앞으로 사정변경에 의해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도 있다" 고 길을 열어두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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