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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해양리조트 추진하는 굴업도 천연기념물 지정 싸고 뜨거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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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인천 옹진군의 굴업도가 천연기념물 지정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으나 옹진군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90㎞ 떨어진, 면적 1.7㎢인 굴업도 해변에는 바닷물 침식에 따른 해식와(海蝕窪)가 대규모로 발달돼 있어 간조 때 전체가 드러난다. 문화재청이 소굴업도(속칭 토끼섬)와 주변 공유수면에 대해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2월. 현지 학술조사 등을 거쳐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하고 옹진군에 토지조서 등 기초자료를 요청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 육지와 바다를 막론하고 주변 500m 이내에서는 건축 등 개발행위를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옹진군은 최근 문화재청에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천연기념물 지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남식 옹진군 문화관광과장은 “주민 민원에 1차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기초단체로서는 지역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천연기념물 지정에 앞장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굴업도에는 골프장·마리나 시설·휴양콘도·워터파크·쇼핑몰 등을 갖춘 ‘굴업도 오션파크’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천항과 쾌속선으로 연결될 굴업도 오션파크는 2011년 착공·2013년 개장을 목표로 현재 사전환경성검토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 옹진군은 이미 지정된 천연기념물이 관내에 적지 않은 마당에 굴업도가 추가되면 앞으로 지정이 줄을 잇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옹진군에는 대청도 동백나무 자생지, 백령도 사곶 천연비행장, 백령도 콩돌해안, 신도 노랑부리 백로 및 괭이갈매기 서식지 등 다섯 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옹진군의 한 관계자는 “해양관광 개발에 주력하는 옹진으로서는 지정만 있고 지원은 없는 천연기념물 지정이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굴업도의 경우 개발과 보존을 병행할 수 있어 천연기념물 지정이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천연기념물 주변의 행위제한구역(외곽 500m)을 줄이는 등 기준을 완화하면 굴업도 본 섬의 관광개발사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일방적으로 지정하지 않고 옹진군과 주민들을 설득할 방침이다.

인천=정기환 기자

◆해식와(海蝕窪)=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해안 절벽 아랫부분에 생겨난 깊고 좁은 침식지형을 말한다. 굴업도 토끼섬의 경우 밀물과 썰물이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되면서 바닷물의 염분이 해안의 응회암 절벽 밑부분을 서서히 녹이면서 해식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토끼섬의 해식와는 본섬과의 연결 부분에서부터 100m 정도 발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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