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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호텔에 왕년의 '주먹왕·女주먹짱' 총집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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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주먹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침체에 빠진 한국 프로복싱에 대해 대책을 논의했다.

20일 오후 서울 세종호텔에는 유제두와 장정구, 김태식, 문성길, 박종팔, 지인진 씨 등 세계 챔피언을 지냈던 스타 뿐 아니라 1970~80년대 링을 누볐던 김철호와 최창호, 황준석, 고생근, 이일복 등 30명의 전직 복서들이 한데 모였다.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스트로급 세계챔피언 박지현을 비롯해 현재 여자 세계챔피언 벨트를 보유 중인 허은영, 김지영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모임은 호세 술레이만 세계복싱평의회(WBC) 회장이 초청한 오찬 자리였다. 역대 한국 챔피언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모인 것은 지난해 1월 뇌사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난 故 최요삼 선수의 장례식 이후 1년여만이다. 공식 회동으로는 홍수환, 장정구, 백인철, 변정일 씨 등이 주축이 돼 2006년 12월 부천 삼손복싱체육관에서 한국 복싱 재건을 위한 모임 이후 두 번째다.

왕년의 스타들은 이날 국내 복싱의 부활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을 차지한 뒤 15차 방어전까지 성공했던 장정구(46)씨는 "지금은 옛날과 상황이 많이 틀려 복싱 중계가 거의 없다"며 "복싱이 자주 텔레비전에 중계돼야 선수들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대전료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프로모션 일을 하다 그만두고 현재 산업폐기물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세계복싱협회(WBA)와 WBC 세계챔피언 출신인 문성길(46)씨도 "한국권투위원회가 복싱 발전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방향으로든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간 체육관을 운영하다 지금은 개인 사업을 한다는 그는 또 "복서들이 목표 의식을 갖고 해야한다"면서 "대충해도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하면 안 된다. 큰 포부를 갖고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WBA 주니어 미들급 챔피언이었던 유제두(61)씨도 "올해 11월 제주도에서 WBC 총회가 열리는 데 이 기회를 잘 살려 침체한 한국 복싱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복싱의 전망을 다소 어둡게 내다봤다. 경제적인 상황이 나아지면서 젊은이들이 힘든 스포츠인 복싱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데다 취미 생활로 복싱하는 사람이 대다수여서 당분간 한국에서 세계챔피언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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