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 상수도 상태 자동 진단·예측시스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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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상수도의 '건강' 상태를 자동으로 진단.예측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에따라 장차 각 가정에서는 좀더 안심하고 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과학기술원 토목공학과 박희경교수팀은 최근 국내 처음으로 '상수도관내수질오염 자동관리시스템' 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상수도 관로중 소수의 중요지점을 골라 염소 (鹽素) 농도를 측정함으로써 나머지 관로중의 오염상태를 예측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 상수도는 정수장에서 깨끗한 물을 내보냈더라도 관의 부식이나 미생물 침투등에 의해 물이 흘러가면서 오염이 가중되는 것이 보통이다.

마치 사람의 내장벽에 미생물과 노폐물이 끼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 염소농도가 오염의 척도가 되는 것은 수도파이프내의 부식정도나 미생물 오염 정도에 따라 염소농도치가 달라지기 때문. 염소는 오염물질과 반응, 오염물의 농도가 높을수록 수도물중 염소농도는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수도관내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0.5~1PPM정도의 염소를 수도물에 풀어주고 있다.

또 하수의 침투나 수도관로 공사등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오염치가 높아질 경우 염소를 추가로 투입하기도 한다.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은 예컨대 1백개 지점의 오염치를 10군데 이하의 실측만으로도 알 수 있게 수학적으로 설계됐다.

이들 실측지점에는 염소농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된다.

박교수는 "새 시스템을 현장에 적용시킬 경우 전체 수도관로의 오염을 온라인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할 수 있어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제 지난해 충북 청원군 강외면 지역을 대상으로 이 시스템을 돌려본 결과, 염소농도 예측치와 실측치가 거의 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국내의 상수관로는 대부분 노후되어 오염에 대단히 취약한 상태. 또 하수관로마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많게는 배출하수의 40%가 토양으로 스미는등 상수관로의 주변여건이 좋지 않은 실정이다.

연구팀은 새 시스템의 현장적용을 위해 수자원공사등과 접촉중이나 값이 비싸 실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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