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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인사 뒷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일 발표된 장관급 인사에도 사연이 많았다.

거명 대상자들은 대체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고 경쟁이 치열했다.

김대중대통령이 발탁하고픈 사람이 고사하기도 했고 막판 조정의 어려움도 있었다.

한국은행총재 인선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金대통령은 처음에 정운찬 (鄭雲燦) 서울대교수를 원했다고 한다.

서울대 상대 동문인 김태동 (金泰東) 청와대 경제수석도 그를 추천했다.

그러나 鄭교수는 학계에 남겠다며 고사했다.

그래서 전철환 (全哲煥) 충남대 경상대학장으로 돌았다.

역시 金수석의 천거가 있었다.

金대통령도 전주출신인 全교수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강력한 한은독립 주창자였기 때문이다.

총리직속인 국무조정실장은 김종필 총리서리 몫이었다.

처음엔 자민련의 조부영 (趙富英) 전사무총장이 유력한 듯 했다.

자민련에서도 세게 밀었다.

당료 (黨僚) 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趙전의원이 건설교통장관 후보로 거론되다 기용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잠자코 있던 金총리서리가 임명장을 받고난 뒤 경제통을 고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을 조율.조정해야할 이 자리의 중요성을 감안해 관료 우선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민자당대표 시절 당 전문위원으로 파견나와 있었던 정해주 (鄭海주) 전 통산장관을 찍었다.

금융감독위원장 인선에는 비상경제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용환 (金龍煥) 자민련부총재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는 비대위에서 실무기획단장으로 일한 이헌재 (李憲宰) 전 한국신용평가사장을 천거했다.

李씨는 金부총재가 재무장관이던 시절 금융정책과장으로 신임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속사정 때문에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던 박영철 (朴英哲) 금융연구원장.신명호 (申明鎬) 주택은행장이 뒤로 처졌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여성특별위위원장의 경우 金대통령은 당초 신낙균 (申樂均) 문화관광장관을 유력하게 검토했었다.

하지만 申장관 생각은 달랐다.

여성특별위위원장에 임명되면 전국구 의원직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끝까지 마다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여성특별위위원장 후보로 이화여대의 장상 (張裳) 현 총장과 윤후정 (尹厚淨) 전 총장으로 압축됐다.

그러나 張총장은 학교에 남아 있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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