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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증시(39) 중국판 ‘봉이 김선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억 경제학' 블로그의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을 갖습니다.

주제 : 1. '한국QFII, 중국 A주를 겨냥하다' (송준혁 한국푸르덴셜자산운용 펀드메니저)
2. '자동차 조선 산업의 유망주들' (조용찬 한화증권 중국팀장)
일시 : 10월 9일(목) 오후 6시30분
장소 : 10월 7일 신청자에게 이메일로 개별 통보
신청 : 10월 6일까지 이메일 접수 woodyhan@joongang.co.kr
(성명, 직장, 참가동기 등을 적어 메일 발송해주십시요)
참가비 : 10,000원(석식+강연장 대여료)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이메일로 신청하십시요.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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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입니다. 이 칼럼은 중국증시(38)'탐욕의 끝'에 이어집니다. 혹 읽지 않으신 분은 이 곳을 클릭하시어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0071680 먼저 읽어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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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둥성 선쩐에 다녀왔습니다. 부동산시장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찬바람이 씽씽 불더군요. 분양사무실은 텅 비었고, 복덕방 유리창에는 급매물 전단지가 더덕더덕 붙어있었습니다. 선쩐에서 부동산중개업체를 운영하는 박경세 성신부동산 사장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90%가 매물로 나왔다"라고 말을 하더군요.

황위웬(皇御苑)이라는 아파트의 분양사무실에 갔습니다. 분양 책자에 큼지막하게 쓰인 글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買兩房送五萬,買三房送八萬"

분양사무실 여직원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두 채를 계약하면 5만 위안을 즉시 현금으로 내주고, 세 채를 계약하면 8만위안을 내준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참으로 적나라한 판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금으로 사탕발림을 하니 말입니다.

선쩐 지방 신문을 보니 다양한 '아파트 세일' 판촉 광고가 눈에 들어옵니다. '르진첸진(日進千金)'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금 계약을 하면 분양 마지막날까지 남은 날짜를 따져 하루 1000위안씩 깍아준다'라는 겁니다. '送奔馳(쏭번츠)'도 있습니다. '계약자 중 2명을 추첨으로 뽑아 벤츠 자동차를 선물로 주겠다'는 겁니다. 한 채라도 더 팔겠다는 부동산개발업체의 절박함이 베어있습니다.(선쩐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2만위안만 내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선쩐의 '아파트 세일'을 보면서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첫째 '그렇게 깍아줘도 남나?'라는 것이고 둘째는 '자금 사정이 얼마나 절박하면 저러나?'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광둥성 주하이(珠海)의 부동산 개발업자인 마(馬)사장으로 얘기를 풀어봅니다. 그는 직원 300여명을 거느린 중견 부동산개발업체의 사장입니다. 한 때 '주하이 부동산업계의 풍운아'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요. 그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비즈니스를 했더군요. 자기 돈 한 푼들이지 않고 거부가 됐습니다. 중국 판 '봉이 김선달'입니다. 그의 '성공담'을 들어보겠습니다.

마 사장이 부동산개발업에 뛰어든 것은 2002년. 시내 아파트단지를 건설키로 했습니다. 총 공사규모 약 1억2000만 위안(당시 환율기준 약 168억 원). 그가 이 돈을 모두 조달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총 공사비의 30% 자금만 확보하면 시공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 사장은 주변에서 3600만 위안(당시 환율 약 50억 원)을 조달합니다. 그는 이 돈으로 지방정부로부터 토지(70년 사용권)를 매입합니다.

그의 '봉이 김선달 식'사업은 이제부터 본격 시작됩니다.

마 사장은 사들인 토지에 대한 감정 평가를 다시 합니다. 그에 앞서 공무원과 결탁, 토지 주변에 없던 도로를 만들고 근린 공원을 지정합니다. 그가 매입할 때 허허벌판이었던 토지는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가 됩니다. 당연히 가치가 높아지지요. 당초 매입가의 4-5배가 뜁니다.

지방정부 역시 마 사장에게 토지를 넘겨주고 싶어 안달입니다. 세수(稅收)때문입니다. 지방재정을 튼튼히 하는 유일한 길은 부동산 개발 뿐이었습니다.건설 과정에서 세금 걷고, 분양과정에서 세금걷고, 주택등기 과정에서 세금걷고...

게다가 공무원들은 부동산개발업체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아파트를 헐값에 얻을 수 있습니다. 개발업체가 공무원들에게 특혜의 사례로 아파트를 주는 겁니다. 이를 '내부방(內部房)'이라고 하지요. 내부적으로 은밀히 빼 낸 방이라는 뜻입니다.부패가 끼어들 공간이기도합니다. 지방공무원과 부동산개발업체의 결탁,부정부패는 신문에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기도 합니다.

아래 그림은 내부방의 은밀한 거래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남자가 '집을 사려고 한다'니까 복부인인 듯한 여인이 속으로 '이 단지내에 내부방 하나 확보한 것 있는데 살래?'라고 합니다.

마 사장이 토지감정서를 갖고 달려간 곳은 은행입니다.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서입니다. 은행은 그에게 토지감정가의 70% 자금을 선뜻 내줍니다. 초기 자금보다 더 많은 돈이 그의 손에 들어옵니다.

은행으로서도 남는 장사입니다. 중국 국유상업은행들은 그동안 국유기업 대출에 익숙해 왔습니다. 그런데 국유기업은 대출 금리도 낮고, 떼이기 일쑤입니다. 그것에 비하면 부동산담보 대출은 너무 좋은 사업입니다. 담보확실하고, 금리도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 역시 부동산개발업체에 돈을 대주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지요.

제가 상하이에서 집을 살 때 '내가 만들어 내가 서명한 소득증명'으로 대출을 받았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의 '봉이 김선달' 마 사장의 성공스토리는 분양단계에 가면서 절정을 이룹니다. 중국은 아파트 건설공정이 3분의2 쯤에 달했을 때 분양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은행이 끼어듭니다. 은행은 소비자에게 구입 주택을 담보로 집값의 70~80%를 대출해 줍니다. 소비자는 20-30%만 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되는 셈이지요.

소비자가 아파트를 계약하자마자 마 사장의 은행채무는 고스란이 해당 소비자에게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분양 계약자가 은행에 꼬박꼬박 주택 값을 나눠 내야 합니다. 마 사장은 은행으로부터 채무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판매 대금을 돌려받게 됩니다. 그는 "첫 프로젝트로 약 1억 위안을 벌었다"고 말합니다. 수익률 278%인 셈이지요. 일반적으로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의 자기자본수익률은 200~3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폭리입니다. 선전의 부동산개발업체가 분양 때 벤츠를 두어대 주어도 돈이 남는 이유입니다. 중국언론은 이를 두고 '콩쇼유타오바이랑(空手套白狼)'이라고 합니다. 맨손으로 백 여우를 잡았다는 얘기지요. 우리 식으로 치면 역시 '봉이 김선달'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 사장의 폭리는 개인의 일만은 아닙니다. 중국의 부동산개발업계와 부동산시장에 형성된 구조적인 현상입니다. 개발업체-지방정부-은행-소비자 사이에 폭리 구조가 튼튼하게 짜여진 겁니다. 전 칼럼에 나왔던 상하이의 콩(孔)여사는 그 고리의 마지막에 매달려 있습니다.

마 사장은 1억 위안을 들고 다른 프로젝트에 달려들 게 됩니다. 부동산 가격은 수 년 째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아파트는 건설하자 마자 팔려나갑니다. 그의 사업은 점점 커지게 됩니다. 은행과의 거래 규모도 초기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깊어지지요. 개발업체와 지방정부, 은행, 소비자들은 더욱더 끈끈하게 묶였습니다.

그러나 '봉이 김선달'식 비즈니스에도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무엇이었을까요?
다음 칼럼으로 이어집니다.

우디
Wood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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