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한국의 외환위기 지원을 위해 약속한 1백억달러중 2차분 20억달러의 집행이 금리 조건을 둘러싼 공방전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측은 지난해말 집행된 1차분 (30억달러) 과 같은 '고금리' 를 고집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턱없이 높은 금리는 곤란하다" 며 금리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한 관계자는 3일 (현지시간) "금리 조건 때문에 당초 지난달말이나 이달초에 2차분 20억달러 집행 의결을 위해 열기로 했던 이사회 날짜를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지난해말 30억달러를 한국에 지원할 때▶리보 (런던은행간 금리.현재 연 5.6%) +1%의 금리에다▶수수료로 2%를 미리 물리고▶앞으로 2년간 1.5%씩의 수수료를 더 물도록 했었다.
이는 세계은행의 통상적 대출 금리 (리보+0.25%)에 비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2차분부터는 금리를 낮춰 주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세계은행 이사국 가운데 미.영 등 출자 지분이 많아 발언권이 센 나라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한국이 세계은행을 졸업할 때 '경제가 악화되거나 남북 통일.석유 위기 등이 닥쳤을 때는 다시 세계은행 차관을 쓸 수 있다' 고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세계은행 차관을 다시 쓸 자격이 있으며 국제금융기구인 세계은행이 위기에 빠진 회원국에 유례없는 고금리를 물리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 집행부나 미.영 등은▶ '벌금' 성격의 가산금리를 물어야 하고▶국제 금융시장보다 그래도 세계은행의 금리가 아직 더 낮다는 이유를 내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는 세계은행 자체의 문제도 작용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한국에 대해 갑자기 1백억달러를 대출하게 돼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쌓아야 하는 지불준비금 (대출의 13%) 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