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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중간광고 허용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드라마 '용의 눈물' 의 한 장면. 민씨 형제를 국문하는 자리에 험악한 표정으로 나타난 원경왕후 (최명길)가 태종을 향해 악을 쓴다.

"뭣이라. " 격노한 태종 얼굴의 클로즈업. 극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이때 "서울.대전.대구.부산 찍고…" 하는 광고가 나간다.

현재 스포츠 중계방송과 라디오에서만 허용된 중간광고가 TV쪽으로 확대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TV풍경 가운데 하나다.

중간광고 허용 논란은 '긴박감을 최고조로 올릴 수 있다' 와 '시청 흐름을 끊어 불쾌하다' 로 보는 시각차에서 출발한다.

중간광고 도입 문제가 여론을 타기 시작한 원인은 장기 불황에 따른 방송사와 광고업계의 위기감에 있다.

지난 해 12월 한달동안 공중파 (지상파) 방송3사가 판매한 광고는 KBS2 77%, MBC 80%, SBS 73%, 98년 1월 집계는 54%, 61%, 53%로 뚜렷한 감소 추세를 읽을 수 있다.

최근엔 이 추세에 가속이 붙어 노골적인 직접광고와 변칙적인 중간광고를 낳기도 했다.

부산.울산MBC와 부산.대구 지역민방의 경우 올 1월 케이블 홈쇼핑채널을 방불하는 상품선전을 '박람회' '상품전' 등의 형식으로 제작, 방송했다가 방송위원회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또 SBS 'LA아리랑' 이 NG모음을 광고 뒤에 내보내고 있으며 방송3사 모두 주말 쇼프로를 1.2부로 편성, 사실상 중간광고 효과를 노리고 있다.

대홍기획 정상철 광고기획팀장은 "광고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분배를 통해 광고효과를 높이자는 얘기다. 광고 없이 좋은 프로가 가능한가" 라며 긍정론을 폈다.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은 단호하다.

방송의 공영성이 확립 안된 상태에서 중간광고는 시청자주권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방송사의 경영악화를 시청자에게 전가시키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황자혜 간사는 "중간광고가 프로그램의 흥미를 높인다는 논리는 광고주의 입장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며 오히려 청소년층의 소비심리를 자극,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할 위험이 크다" 며 "파행적인 시청률 경쟁과 이에 따른 광고주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 이라고 반대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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