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어떻게 작성됐나]12인의 전문가 초안, 김대중대통령 곳곳 加筆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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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취임사는 12명의 당내외 인사들이 두달여에 걸친 산고 끝에 내놓은 합작품이다.

金대통령은 당선 직후 취임사준비위 구성을 지시하고 직접 위원을 지명했다.

정대철 (鄭大哲) 부총재를 위원장으로 김근태 (金槿泰) 부총재, 김한길.김영환 (金榮煥).임채정 (林采正) 의원이 당에서 참가했다.

외부인사로는 한상진 (韓相震).최장집 (崔章集).문용린 (文龍麟).김문환 (金文煥) 서울대교수, 김태동 (金泰東) 경제수석, 김효석 (金孝錫) 중앙대교수, 김용운 (金容雲) 한양대교수 등이다.

각분야 전문가가 총망라된 준비위는 수차례의 토론끝에 각 분야에 대한 김대중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제시하는 총론적 성격의 취임사 초안을 작성했다.

그러나 초안은 金대통령과의 토론과정에서 상당부분 수정이 가해졌다고 한다.

"현재는 비상위기상황인 만큼 경제위기와 국난 극복에 더 치중해야 한다" 는 金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이 부분의 비중이 커졌다.

또 장애인.농민.중소기업.여성 등 소외계층에 대한 언급을 구체적이고 비중있게 다룰 것도 지시했다고 한다.

국정 파트너인 야당의 협력과 국민들이 고통분담에 나서줄 것을 거듭 당부한 것도 金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란 전언이다.

이렇게 해서 취임사라기보다는 대통령 연두교서에 가까운 연설문이 만들어진 것이다.

金대통령은 또 문구와 표현도 자신의 어법 (語法) 으로 고쳐 초안에서 완전 탈바꿈한 취임사가 됐다고 한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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