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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야합… 검은 거래… 지방의장 의장선거 '진흙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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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충남도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자민련의 원 구성 독점방침에 반발,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지난 3일 오후 8시쯤 울릉도의 한 술집에서 울릉군 의회 최모(52)의장이 같은 의회 정모(49)의원에게 폭행당해 오른쪽 다리가 찢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최 의장이 8일로 예정된 의장 선거에 재출마할 뜻을 내비친 것이 발단이었다. 두 사람은 번갈아가며 의장이 되도록 밀어주기로 약속한 사이였다. 정 의원은 폭력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지방의회 의장 선거가 혼탁하다. 폭력이 난무하고 금품을 주고 지지를 부탁하는 등의 추태가 풀뿌리 민주주의 현장에서도 난무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방의회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해도 너무한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폭력.몸싸움.단상점거=충남 보령시의회 김모 의원은 지난 5일 "전반기 의장인 천모씨가 후반기에 나를 밀어주기로 해놓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천 의장은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충남도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8일 "자민련 의원들이 의장.부의장을 독식하려 한다"며 의장석을 점거해 원 구성을 막았다. 충남도의원 36명 가운데 자민련 소속이 23명, 한나라당이 10명이다.

전주지검은 8일 의장 후보로 출마한 홍모(52)의원을 지지하는 대가로 1500만원씩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전북 완주군 의회 김모(49).이모(47)의원을 구속했다.

전남 구례경찰서는 구례군 의회 의장 선거와 관련, 후보와 의원 사이에 금품이 오간 증거를 포착해 수사 중이다. 장흥군 의원 10명도 금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왜 시끄럽나=의장 자리를 놓고 이처럼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밥그릇' 차이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장은 의원들과 수당(연 2760만원)은 같지만 대우가 많이 다르다.

광역의회 의장의 경우 3000cc급 관용차와 비서실장.운전기사 등 5명의 직원을 둘 수 있다. 월 400만원의 업무추진비도 추가된다. 기초의회 의장은 2000cc급 이상의 관용차에 월 2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받는다.

여기에다 의장들은 지역행사에서 단체장.국회의원과 비슷한 수준의 예우를 받는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출마 뜻을 갖고 있는 지방의원들에게 의장자리는 경력관리에도 좋다.

또 의장 선출이 후보등록.정견발표.토론 등 별도의 절차 없이 바로 출마해 투표하는 형식이어서 사전에 지지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의회의 경우 의원이 평균 15명, 광역의회는 43명에 불과해 금품을 살포하거나 매수하기가 쉽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조정하거나 의원들이 사전에 협의해 결정하는 곳은 조용하게 넘어간다.

대구 영진전문대 김진복(행정학)교수는 "지방의원들이 중앙 정치인의 행태를 그대로 본받고 있는 데다 이들을 통제할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권삼.장대석 기자
사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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