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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모델 하우스, 주택시장 회복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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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실물경기 살아야 본격 회복

 올 들어 서울 강남 3개 구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의 기존 아파트값이 상승한 데 이어 최근 수도권 분양 시장에 청약 인파가 몰리면서 주택 경기가 조기에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각종 규제 완화와 개발 호재, 사상 초유의 저금리 상황도 주택 구매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수도권에서 집값 상승과 거래량 회복에 이어 신규 분양 시장이 다소 활기를 띠는 것은 주택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먼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정말 주택 경기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을까. 외환위기로 발발한 1990년대 말 경기 침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지금의 상황과 유사했다. 따라서 요즘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되는 양상이 일부 보이자 주택 수요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크게 올랐던 데 대한 학습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외환위기 이후의 회복과 다른 점이 많다. 그 당시 주택 경기 회복을 이끌던 세 가지 재료는 수출 호조에 따라 나아진 거시경제 여건, 저금리에 따른 가계 대출의 폭발적 증가, 주택 부족과 기존 주택 수준에 대한 수요자의 불만 등이었다. 대기 수요가 주택 시장으로 한꺼번에 몰릴 수 있는 여건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동반하고 있다. 수출 사정이 나아지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과거 저금리는 저축 중심의 가계 소비와 투자로 바꾸었지만 지금의 저금리는 대출 이자 부담 완화로 근근이 현 소비 수준을 유지할 정도다.

아직 가계와 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것 역시 가계 소비 확대의 큰 걸림돌이다. 주택 수급 상황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수요에 비해 주택 공급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주택 보급률이 전국적으로 107%를 넘으면서 공급 부족 상황에서 벗어났다. 이전에는 질 좋은 주택으로 기존 주택 교체 수요를 흡수했지만 지금은 아파트 질적 수준의 제고 여지도 그리 크지 않다.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주택 경기 회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양도세 면제, 저금리 큰 효과

청약 열기가 뜨겁다는 소식에 인천에 있는 모델하우스를 보러 갔다 깜짝 놀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구경 오는 사람이 없어 대부분의 모델하우스가 썰렁했으나 이제는 줄을 서서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올 초 분양했던 판교신도시는 워낙 인기 지역이라서 사람이 몰린 게 이해가 가지만 수도권 서부권역인 청라·송도지구에도 수요자가 몰려든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은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제대로 거래 한번 못해 아사 직전이었던 시장이 올해 3~4월에는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이 조금씩 움직인 이후 지금은 많은 수요층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전하는 곳은 대체로 이전 분양가보다 싸게 나오거나 경제자유구역 등 개발 재료가 있는 곳, 양도세 면제나 전매기간 단축 등의 혜택을 보는 곳이다. 여기에 저금리 현상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원인이야 어떻든 이런 현상은 극심한 침체로 허덕이는 주택시장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값이 오르든, 내리든 침체에 빠진 시장에서 유일한 희망은 거래인데, 지금의 아파트 분양시장이 거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주택시장 외에 실물경기 회복, 구조조정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요자들이 지갑을 열 마음의 자세가 있다는 점이다.

소비 위축이 우리 경제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외환위기 때도 겪어봐서 잘 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주택시장에서 보이는 수요의 움직임은 바람직한 경제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다. 큰돈이 움직이는 주택시장이 활성화해야 시중에 돈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지금의 주택시장 호전은 분명히 시장 기능이 정상화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 ‘투기 성행’으로 비춰져 또 다른 규제를 낳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약간의 과열 현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



막대한 재정 덕 반짝 호황

 어린이날 전후 긴 연휴 기간 중 수도권 일부 모델하우스를 중심으로 한동안 보이지 않던 진풍경이 나타났다. 얼어붙은 신규 분양 시장에 봄바람을 지나 지난 주말 날씨처럼 뜨거운 열풍이 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를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거래도 늘고 있다. 집값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주택 구입 시기를 미뤘던 수요자들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역사상 유례없는 금융위기라며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지난해 가을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수요자가 대부분이다. 요즘 부동산 시장 회복은 정부의 감세 등 규제 완화 및 저금리 정책에 일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른바 수퍼추경까지 마련하며 투입된 막대한 재정의 단기적인 성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최근의 경기 지표를 자세히 살펴볼 때 요즘 같은 봄바람이 부동산 시장에 지속적으로 불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만들어진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외에 몇몇 지표 또한 고환율이나 전 분기 급락에 따른 일시적 반등으로 이해되는 경우도 많다. 수치상으로는 그럴싸하나 내실은 변변치 않은 셈이다.

이에 비해 100만 명에 육박하는 실업자, 급증하는 가계 부채 등 부동산 시장의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표는 아직도 회생 기미가 없다.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형성된 단기적 유동성 장세는 궁극적으로 실수요자의 수요를 이끌어 내야 지속 가능한데 관련 지수는 아직도 부정적인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재정 확대를 통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실수요자들의 구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대공황 때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사이에도 단기적인 경기 등락은 존재했으며 이 같은 경험을 상기할 때 섣부른 낙관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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