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e칼럼

신화 속 아마존 여전사를 추적하다-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황금에 대한 집착만큼 강하고 끈질 것이 있을까? 따지자면 돈 만큼 말이다. 사랑은 식게 마련이다. 그러나 돈에 대한 사랑은 결코 식을 줄 모르는 게 인간이다.

사실 따지자면 돈으로 못할 게 뭐 있겠는가? “돈으로 신(神)도 살 수 있다”는 세상이다. 신이 돈을 따라가고 있는 세상이다. 누런 황금덩어리, 얼마나 좋은 물건인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게 바로 금 아닌가?

황금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

과학자들은 몽골에서 노랑머리를 한 아마존 종족의 후예를 발견했다. 그녀는 말 타는 솜씨가 대단했다.

뿐만인가? 황금 속에 비극과 희극이 담겨 있다. 질투와 분노, 지배와 복종, 그리고 처절한 침략과 살인의 역사가 담겨 있다. 사랑과 배신이 있으며 인간의 애증(愛憎)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게 바로 금 덩어리다. 인간의 역사는 바로 황금의 역사였다.

요즘 금으로 쾌재를 부르는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그 동안 김치는 물론 한 단에 700원에 불과한 마늘쫑까지 수출하면서 번 돈으로 금을 사두었다가 요즘 엄청난 재미를 보고 있다. 경기침체로 금 값이 상종가를 치자 그야말로 엄청난 떼돈을 벌었다. 금이야말로 그 금속의 순결만큼이나 결코 배반하지 않는 매력적인 돈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황금만큼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경우가 별로 없다. 황금은 사실 반짝이는 것, 그리고 변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 별 특별히 중요한 금속이 아니다. 그러나 황금은 인류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에 서서 오랜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인간은 황금이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능력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기독교 속의 창조주는 모세에게 황금으로 된 신전을 지어 경배하라고 했다. 크라수스(중국 고비사막에 로마군단의 후예들 참고)는 돈을 이용해 시저 편에 섰다. 그래서 파르티아(오늘날 이란과 이라크)를 침공해 승리해서 투자했던 돈을 만회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하도 금을 좋아했다는 정보를 들어서인지 그를 체포한 파르티아 병사들은 끓는 황금을 크라수스 입에다 쏟아 부어 죽였다고 한다. 뱃속에 황금을 가득 채우고 배부른 상태에서 저 세상으로 가라는 저주가 담겨 있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대 로마제국의 수치였다.

뉴턴은 여생을 물리학 연구소가 아니라 조폐국에서 보내

만유인력의 뉴턴은 자신의 여생을 물리학 연구소가 아니라 영국 조폐국에서 보냈다. 그는 화폐가치에 대해 열광적인 관심을 보였다. 영국의 금본위제에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경제학자로서 뉴턴의 경력은 잘못된 예측으로 불명예로 끝나고 말았다.

‘황금 손을 가진 미다스 왕’의 일화는 그저 신화 속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콜럼버스의 욕망은 신대륙이 아니었다. 그는 황금을 찾기 위해 약탈과 살인을 마다하지 않은 잔인한 정복자였다.

사생아로 태어나 돼지를 키우면서 자랐던 피사로(Francisco Pizzaro)는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한다는 구실로 잉카제국을 정복해 무자비한 학살과 약탈을 자행했다. 그가 페루를 침략한 것은 황금에 대한 탐욕스런 욕망 때문이었다.

그는 1532년 잉카제국의 왕인 아타우알파와 접견하는 자리에서 기습적으로 왕을 체포했다. 왕을 인질로 삼아 석방 조건으로 많은 양의 금과 은을 받았다. 그러나 1533년 스페인 국왕에 대한 반역했다는 혐의를 씌워 아타우알파를 불에 태워 처형했다.

그는 페루의 수도 리마를 건설했다. 훗날 원주민 반란군에 피살되지만 그의 유해는 리마 대성당에 고스란히 보관돼 있다. 그는 잔인한 정복자가 아니라 위대한 전도사였다. 하긴 그렇지 않은 위대한 정복자가 없겠지만 말이다.

한때 아시아는 가장 많은 양의 금을 보유했으며 이를 두고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가는 곳마다 황금이 있었다”라고 서술했다. 이로 인해 서구 열강이 아시아에 눈독을 들인다.

브라질 아마존은 잉카 정복자가 붙인 이름

아마존 종족 무덤에서 발견된 유물. 부족의 중요한 임무인 제사장을 여자가 맡고 있다.

아메리카를 침략한 스페인 정복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야만인 아시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교화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를 침공했다. 그들은 아시아를 황금의 땅 엘도라도(El Dorado)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세기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엄청난 양의 금이 발견되면서 수십만 명이 몰려드는 골드러시가 일어났다. 1848∼1849년 사이 금을 채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일을 팽개치고 금을 캐러 모여들었다.

이 소문은 해외로까지 퍼졌다. 1849년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남미, 하와이, 심지어 중국 등지에서 약 10만 명의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왔다. 가는 도중에 죽는 사람도 많았다.

1949년에 이주한 사람들을 포티나이너스(forty-niners)라고 부른다. 급작스러운 인구증가로 이듬해인 1850년 캘리포니아는 정식 주(州)로 승인됐다. 서부발전의 역사의 원동력은 금이었다. 실리콘 밸리가 바로 그 증거다.

황금은 언제나 인간들이 숭배와 경의를 바치는 대상이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화폐제도의 기반인 금본위제가 세계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가 폐지될 때까지 황금은 현대 통화와 국제무역의 기초가 되었다.

‘지구촌의 허파’ 브라질의 아마존, 그리고 아마존 여전사도 황금과 떼놓을 수 없다. 세계 최대의 강에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전설적인 이름이 붙여진 것은 황금을 찾는데 혈안이 됐던 스페인 정복자와 무관하지가 않다는 이야기다.

안데스 산중에서 발원하여 대서양으로 흐르는 아마존 강은 하구의 폭이 약 240km나 된다. 강이 아니라 바다다. 미국 미시시피 강의 10배에 해당하는 시간당 6억 5천 입방 미터의 물을 바다로 흘러 보낸다. 지구촌에 마지막 남아 있는 원시 밀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엘도라도의 전설의 비밀을 지금까지도 감추고 있는지 모른다.

스페인 장교 오렐리아나 아마존 여전사 습격 받아

스페인 장교 오렐리아나는 엘도라도를 향해 가다가 아마존 여전사들의 습격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1542년 스페인 정복자들이 잉카제국을 완전히 멸망시키고 스페인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들은 더 많은 황금을 약탈하기 위해 각지로 퍼져나가 황금을 찾기 시작한다.

오렐리아나(Franciso de Orellana)는 피자로 지휘 하에 있던 장교로 계급은 중위였고 그의 조카였다. 피자로는 자기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인 애꾸눈 오렐리아나에게 “강을 따라 더 깊숙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엄청난 황금이 있다”며 그 지역을 정복하라고 명했다.

오렐리아나는 군대를 이끌고 강을 따라 카누를 저어갔다. 무려 두 달 간이나 탐험했다. 많은 병사들이 병들어 죽거나 굶어 죽었다. 이들은 아마존 상류의 한 지류인 마라뇽강에 이르렀을 때 원주민의 습격을 받았다.

많은 병사가 활에 맞아 희생됐다. 겨우 목숨을 건져 돌아온 오렐리아나는 스페인 군대를 습격한 원주민들이 모두 여자들이었으며 대단히 용감했다고 보고했다. 또한 탐험대의 일원인 카르바할(Gaspar de Carvajal)신부도 “오렐리아나가 아마존과 같은 여인무사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썼다.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5세가 아마존으로 이름 붙여

이 전설적인 이야기는 당시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5세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리스 신화 속 아마존 여전사 이야기에 고무된 국왕은 그 강을 아마존이라고 부르라고 명했다. 그 후 아마존으로 계속 불렸다. 그리스 속 신화가 브라질까지 수출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당시 이 곳의 인디오들은 이 강을 ‘거대한 파도’라는 뜻의 아마주누(Amazunu)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뒤 탐험대들은 이 강을 아마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가들은 브라질의 아마존 여전사에 대해서는 고개를 설래 흔든다. 너무나 지치고 당황했던 오렐리아나가 잘못 보았거나 아니면 패배한 이유를 둘러대기 위해 만든 핑계라고 도 지적한다.

사실 이 때가 16세기 중엽이라고 생각한다면 추적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들 부족에는 남자들도 있었다. 아마 아마존 여전사는 아닐지라도 아마존 전설을 상기시킬만한 용기는 지녔을 것이다. 그야말로 야생(野生)에서 살아가는 종족이다. 외침을 받는다면 여자 남자가 어디 따로 있겠는가?

이 지역의 인디오 야구아족은 전통적으로 남녀 가릴 것 없이 풀잎으로 치장한 가발 같은 것을 머리에 쓰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풀잎가발 때문에 여자로 착각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흑해 아마존 DNA, 몽고에서 발견돼

그러면 흑해로 이주한 그리스 신화 속 아마존 종족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결국 남자들을 대적하지 못하고 이란 문화권의 스키티아인들과 결혼하게 됐고, 다시 북동쪽 러시아 고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3세기경 고트 족의 침입을 받고, 다시 몽고족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훈족에게 정복당하고 만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아마존 여전사의 뼈와 부장품, 그리고 유적들이 발견됐다. 그리고 여성중심의 사회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여자 제사장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리스 신들을 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굴에 참여했으며 아마존 여전사의 역사를 추적해온 킴발 박사(Jeannine Davis-Kimball)는 유골에서 DNA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몽고에서 그와 같은 DNA를 갖고 있는 사람을 찾을 수가 있다고 생각했고, 놀랍게도 노랑머리 여인을 몽고에서 발견한 것이다.

적어도 그리스 신화 속의 아마존 종족은 아닐는지 모른다. 그러나 흑해 근처에서 모계중심사회를 이루었던 용감한 아마존 종족이 존재했다는 주장도 된다. 신화는 역사가 될 수 있고, 역사 또한 신화가 될 수 있다.

집요하고 끈질긴 한국의 여성. 그렇다면 우리 한국 여성들도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아마존 여전사의 피를 이어 받은 것은 아닐까? 우리도 대표적인 몽고족이 아닌가 해서 말이다.

수컷 없이 생식하는 아마존 개미 발견돼 화제

최근 아마존 밀림에서 수컷 없이 생식하는 개미가 발견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학계는 아주 희귀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참으로 이상한 개미가 브라질 아마존에서 발견됐다. 무성생식을 하는 개미인데 외신은 아마존 개미라고 불렀다. 무성생식이란 남자, 그러니까 수컷 없이 새끼를 낳는 것이다. 곤충이 무성생식 한다는 것은 아주 희귀한 일이다. 그런 개미가 아마존 밀림에서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무리 구성원 전부가 암컷인 개미 종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진이 영국 생물학회지 프로시딩스 B 최신호에 소개한 ‘Mycocepurus smithii’라는 학명의 이 농사짓는 개미는 무리 전체가 처녀생식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DNA 지문을 분석해본 결과 구성원 모두가 여왕개미의 자기복제를 통해 태어났음을 확인했고 무성생식 하는 암컷만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개미들은 해부 결과 생식기관에 필수적인 교미기관이 없어 아예 짝짓기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말 극도로 희귀한 일이다.

남자 없이 종(種)을 계속 이어가는 아마존 개미. 그 개미가 바로 아마존 여전사의 환생이 아닐까? 그들이야말로 사라진 아마존 종족의 후예들이 아닐까? 피타고라스는 모든 생명체가 ‘친족성’의 관계가 있다며 윤회를 주장했다. 그렇다면 후예라고 한들 큰 대수겠는가?

지구온난화가 지구촌의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면서 아마존 밀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세계에 30%이상의 맑은 산소를 공급하는 아마존이 점점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용감무쌍한 여전사가 필요한 때다. 남자를 적으로 대하는 그러한 아마존이 아니라 자연을 지키는 여전사, 아마존을 수호하는 아마존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인류가 계속 살아나갈 수 있다. 아마존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다.

▶ [e칼럼] 신화 속 아마존 여전사를 추적하다-상
▶ [e칼럼] 신화 속 아마존 여전사를 추적하다-중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