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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 걸린 直指心體…청주시민 1억걸고 유산찾기 한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고 (古) 인쇄문화의 발상지인 청주에서는 요즘 '직지 (直指)' 찾기가 한창이다.

현존 최고 (最古) 의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진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을 찾는데 1억원의 현상금까지 걸었다.

줄여서 '직지' 라 불리는 이 책은 고려말 백운화상이 역대 불교서적으로부터 선을 가르치는 내용을 뽑아 엮어낸 것으로 1377년 청주의 흥덕사 (興德寺)에서 주자 (鑄字) 해 출판한 고서. 1972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도서의 해' 를 기념해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직지' 하권 (下卷) 을 공개하면서 한국 학자들에게 감정을 부탁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직지' 는 상.하권으로 돼있다는 사실 외에 당시 몇 부를 찍었는지도 알 수 없다.

지금 어딘가에 한 부라도 묻혀있다면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잊혀 가는 '직지' 를 찾기 위해 이 운동을 시작했지만 별 성과가 없자 어느 독지가가 지난달 말 1억원의 현상금까지 내놓았다.

청주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직지찾기 포스터도 붙이고 전화카드에 안내문도 집어넣고 실천단 (實踐團) 을 만들어 사찰과 도서관을 뒤지고 있다.

과연 찾아낼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1억원이라는 현상금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직지찾기운동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현문 청주시 의원은 "유럽인들의 문화 가꾸기는 오랜 세월 정성을 다한 것" 이라며 "우리도 '직지' 를 찾고 그 가치를 알리는 과정 속에서 우리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것" 이라고 말한다.

직지찾기운동에 불을 지피는 사람들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백1호 금속활자장 보유자인 오국진씨, 주성전문대 도서관의 이세열 열람계장, 서원대 호서문화연구소 (소장 박병철) 등등. 청주인들의 목표는 '직지의 세계화' 로 발전하고 있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은 독일 구텐베르크박물관은 물론 중국.일본학자들과 함께 고인쇄문화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대 남권희 교수는 "민간단체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며 "정부와 불교계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 말한다.

청주 =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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