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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고쳐주고 여행 같이 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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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병원 의료진이 무료 무릎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주고 있다.

관절 전문 힘찬병원이 한화의 지원을 받아 저소득층 관절염 환자 무료수술 사업을 시작했다. 경제 사정으로 수술받지 못하는 불우한 무릎 관절염 환자들이 대상이다. 한화의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올 3월에 시작돼 12월까지 계속된다. 주최 측은 가정의 달을 맞아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부모님 무릎에 카네이션을’이란 이름으로 무료 수술을 받은 환자와 가족을 초청해 효도여행을 하게 한 것이다.

지난 5월 6일 대천 한화리조트. 관절염에서 해방된 일곱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건강한 다리로 대천 바닷가를 가족과 함께 거닐며 웃음꽃을 피웠다. 처음 만났지만 동병상련 때문인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30년간 지긋지긋한 관절염을 앓아왔던 최영자(74·여)씨는 남동생에 대한 아픈 사연을 전했다. 최씨의 남동생은 누나가 관절염 수술을 받기 원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마음만 졸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무료 수술 지원사업을 알게 돼 누나를 대신해 신청을 했다. 그랬던 남동생이 최씨가 수술받기 1주일 전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는 것. 최씨는 “큰 선물을 주고 간 남동생이 하늘나라에서 내가 잘 걸어다니는 모습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가장 나이가 많은 최순남(여·77)씨는“바다 본 지가 5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내 발로 볼 수 있어 눈물이 나온다”며 “화장실 출입도 못해 서러웠는데 이 나이에도 수술이 잘돼 너무 고맙다”고 연방 고마움을 전했다.

보통 70세 이상 고령환자는 상처 치유가 더디고, 체력이 약해 수술을 기피한다. 함께 참여한 집도의는 “최근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나 최소 절개술 등 수술기법이 발달해 고령 환자도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만(71·남)씨는 당뇨병 환자였다. 딸 이성숙씨는“아버지가 당뇨병이 있어 걱정이 많았는데 수술 결과가 좋다”며 기쁜 마음을 표시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어도 식후 2시간 뒤 혈당이 100~200㎎/㎗ 사이로 조정되면 수술하는 데 무리가 없다. 혈당 조절과 함께 최소절개술·무균수술시스템 등으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날 환자들은 재활교육도 받았다. 재활교육이 끝난 뒤에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무릎에 카네이션 달아 드리기’ 순서. 수술을 집도한 4명의 정형외과 전문의가 수술한 환자의 무릎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최영자씨는 집도의인 김덕수 과장의 손을 꼭 잡으며 “나를 치료해 준 의사선생님이 ‘어머님’하고 부르니 너무 고맙다. 아들도 이렇게 못하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한화 측 관계자는 “경제적인 여건으로 가족여행 한번 제대로 못 했을 분들께 건강하게 다리를 회복한 기념으로 효도여행을 개최했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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