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신뢰 얻으려면 기업이 먼저 투명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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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대화를 자꾸 해야죠.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이수영 경총 회장)

“양측이 대화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협의 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004년 3월 민주노총을 직접 찾아가 당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경총 회장이 취임 직후 민주노총을 방문한 것은 이 회장이 처음이었다. 특히 당시는 비정규직법과 산별교섭 문제로 경총과 민주노총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민주노총을 방문하면서 양측간 갈등을 씻고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물꼬를 텄다.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해야=이 회장은 취임 초부터 강조한 것이 상생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이었다. 그의 민주노총 방문은 이후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총 답방으로 이어졌다. 경총과 민주노총이 2005년 한 자리에 모여 ‘대화와 타협을 통한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주제로 노사 대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대화의 과정에서 쌓인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이 회장은 평소에도 “노사간 불신과 반목을 해소하기 위한 실마리는 노사간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자리를 만드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총은 이후 민주노총과 넉달여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통해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대타협(2006년 9월)’이라는 성과를 끌어내기도 했다. 올 초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자 한국노총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 동결과 구조조정 자제 등의 등의 원칙을 마련하기도 했다.

경영의 투명성 높여야=경총이 기업의 투명 경영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이 회장 취임 후 달라진 모습이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기업에 대한 불신을 씻고 근로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기업이 먼저 투명해져야 한다”고 선언했다. 경영의 투명성이야말로 사회적으로 만연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노사관계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불투명한 경영은 기업의 대외신인도 하락과 노사간 불신을 야기시켜 투자위축과 노사관계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총은 2005년부터 경제 5단체와 공동으로 투명경영 대상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우수 기업들의 투명경영 사례를 선정해 시상함으로써 기업들이 국민과 근로자로부터 관심과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투명경영 모범 사례를 다른 기업은 물론 공기업들으로 전파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투명경영대상 시상식에 설 때 마다 “기업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변칙’이 아닌 ‘정도’를 걸어가는 자세를 유지해야 노사간 신뢰가 쌓이고 노사관계가 안정된다”고 강조한다.


법치주의에 입각한 안정적 노사관계=우리나라는 과거 20여년간 민주화와 산업의 고도화라는 2중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정치·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맞물려 이념과 투쟁을 중시하는 대립적 노사관계가 형성됐다. 이 회장은 “대립적 노사관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치주의에 기반한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정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각 기업이 경쟁력 향상에 매진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돼야 우리 기업들이 더욱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그 결과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에게는 노동계의 불법(정치) 파업에 대해서는 관련자에 대한 고소·고발이나 손해배상소송 청구 등 엄정한 법 집행을 주문했다. 노동계에는 노사간 자율 타결 원칙을 강조하며 불법파업에는 무노동 무임금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 일관된 대응을 강조해왔다. 노동계의 현안인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문제도 법치주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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