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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복당, 외면할 수 없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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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호 10면

민주당 이강래(56·전북 남원-순창·사진) 의원은 야권의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 서울대 행정학 박사 출신인 그는 1992년 이후 네 차례 대선 때마다 선거 전략을 짜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에 이어 원내대표 ‘재수’에 나선 그는 출마 이유를 내년 지방선거에서 찾았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마 김부겸·이강래 의원

-정동영 의원 복당에 대해 확실하게 입장을 밝혀 달라.
“시한을 못 박으면 그게 화근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한없이 외면만 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 때 정동영 그룹에 들어가 선거를 치르려는 사람이 적잖은 상황에서 잘못하면 새로운 분열을 가져온다. 정세균 대표, 정동영 의원과 두루 가까운 내가 흐름을 봐 가면서 조정해 내겠다.”

-같은 호남 지역구인 박지원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표가 잠식될 가능성이 있는데.
“동료 의원들 반응을 보니까 (박 의원 출마가) 좀 뜬금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가 입당한 지 얼마 안 됐고 의정 공백이 너무 길다는 얘기를 한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본인도 DJ의 신임이 두터웠는데(DJ는 그의 브리핑 능력을 높이 사 당료이던 그를 국정원 기조실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파격 발탁했다).
“DJ 정부 때 난 공천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다가 15대 구로 재·보선 공천자로 내정됐지만 며칠 뒤 (한광옥 후보로) 바뀌었다.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16대 때 고향에서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천자가 또 바뀌었다.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 무렵 청와대에 들어가 DJ에게 당선 인사를 드렸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다 갖추지만 DJ와의 사적 관계는 그때 다 정리된 거다.”

-민주당 원내대표 위상이 한나라당에 비해 왜소하다는 지적도 있다.
“밖에서 거꾸로 인식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허장성세를 부리곤 했지만, 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라는 감독기관이 있어 재량이란 게 거의 없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원내대표의 역할에 대해 답답해하는 목소리가 있다. 내가 되면 이런 문제들도 풀어 보려고 한다.”

-본인의 비교우위는 무엇인가.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내년 지방선거다. 여기서 승리해야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 지방선거를 치르려면 사람들을 모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당 지지율을 25%까지는 올려 놔야 한다. 주가와 똑같다. 내가 걸어온 길이 대선을 네 번 치르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면서 상황을 읽고 관리하고 한 것들인데, 이런 상황인식에서 보면 내가 경력 면에서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 거다.”

-지방선거 승부처를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로 보나.
“시·도지사 선거가 상징성은 있다. 하지만 정당이 지역의 뿌리를 만드는 차원에서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예산집행권을 갖고 있다. 그리고 실제 총선과 대선에서 뛰어 주는 사람들은 지방의원들이다. 열린우리당도 2006년 지방선거에 패배한 것이 대선 참패의 큰 원인이 됐다. 일대일 구도만 만들면 정동영 후보가 뜰 줄 알았는데 그게 안 된 것도 바로 그 이유다. 내년 지방선거 때 그걸 복원하면 2012년 총선 때 우리가 120∼130석은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도만 돼도 대선은 대등한 선거가 될 것이다.”

-원내대표가 되면 지난번 같은 물리적 충돌 사태는 막을 자신이 있나.
“양쪽 다 서툴렀던 부분이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 때 공약을 한꺼번에 130건씩 만들어 올린 게 문제다. 시간을 갖고 쪼개서 순차적으로 협상으로 풀려고 했으면 그런 난장판이 안 됐다. 야당 입장에서도 쟁점을 좀 더 세분화해 독소 조항을 찾아내고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야당의 역할을 정립해 가야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좀 미흡했다. 야당도 싸우기만 하면 설사 이겨도 지지율은 안 오르고 정치 불신만 키울 뿐이다. 싸워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득점으로 연결된다. 결국 핵심은 정책 경쟁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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