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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분규 가능성 커 퇴각로 미리 확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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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나시리야를 버리지 말고 두 군데 파병을 고려하라." "퇴각로를 확보하라."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현지 전문가들의 충고다. 한국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으로 파견될 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라크의 정정과 한국군의 선택에 대해 중동의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이라크.이집트 전문가는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라크 상황이 진정될 수 있을까.

알둘라이미="임시정부가 치안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치안 부재로 고통받아온 국민이 정부의 강력한 안정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카지하="이른 시일 안에 전반적인 정치적 안정을 기대할 수는 없다. 치안이 회복되더라도 총선.헌법제정 등 정치일정 단계마다 대규모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알두나이바트="저항과 테러공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미군이 이라크에 계속 주둔할 경우 과격 무장세력의 이라크 침투와 폭력행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한국군 추가 파병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사이프="외국군에 대한 과격세력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김선일씨 살해에서 보듯 한국군도 파병 이후 주요 표적이 될 것이다."

알하마르나="나시리야에서 한국군이 보인 활동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라크인들은 아직 한국군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인 3000명이 파병되면 이라크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떤 예측도 할 수 없다."

-주권을 이양받은 임시정부는 추가 파병을 어떻게 보나.

알둘라이미="치안회복의 필요성 때문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이미 일부 아랍국에도 파병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특별히 환영한다는 입장도 아니다. 주권국가에 외국군이 추가로 투입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자극할 수 있어 입조심하고 있는 듯하다."

사이프="임시정부 내에서도 정파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합의점이 없다."

-쿠르드 자치지역으로의 파병을 어떻게 생각하나.

알둘라이미="쿠르드 지역이건 시아파 지역이건 추가파병이 이라크의 안정을 가져온다면 대다수 이라크인은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내에서 반쿠르드 감정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 일부 사람들이 '전쟁 피해 지역도 아닌 곳에 가서 재건을 지원한다'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직접 듣기도 했다."

카지하="쿠르드 지역이 안전할지 의문이다. 시아파.쿠르드.수니파 간 정치적 갈등이 수개월 후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이들 간에 대규모 폭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두나이바트="쿠르드 지역에 가는 것이 주둔하는 동안 한국군의 안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라크뿐만 아니라 주변국에도 민감한 지역인 이곳에 파병하는 게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지는 회의적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최종결정을 내렸다. 차선책이 있는가.

알하마르나="외교력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 이라크 임시정부와 쿠르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주변국에 한국의 입장과 활동방향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라크 내 비파병지역의 수니파.시아파 지도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문제 발생시 이들의 도움을 청하는 게 좋다."

카지하="파병 방침을 바꿀 수 없다면 퇴각로를 확보해야 한다. 이라크 내에서 민족 간 충돌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최대한 빨리 철군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비상시 신속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사이프="나시리야를 완전히 버리지 말라. 파병지역을 두 군데로 유지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시아파와 쿠르드족 지역 두 군데에서 전후복구와 재건을 확실히 지원한다면 이라크 내 불만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도 있다."

알두나이바트="이제라도 변경이 가능하다면 파병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어렵다면 차라리 집권 가능성이 큰 시아파를 돕는 것이 어떤가."

암만=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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