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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20세기폭스 국제담당 지아노풀로스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흥행성 높은 대작에 주력해왔던 20세기 폭스사가 지난해말 작품성 높은 애니메이션 영화 '아나스타샤' 를 내놓은 것은 관객들의 분화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러시아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또 국경 없는 문화시장을 확인케도 한다.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20세기 폭스사의 짐 지아노풀로스 국제담당 사장을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센추리시티에 자리잡은 이 회사의 본부에서 만나 '변화를 기회로 삼는다' 는 이들의 21세기 전략을 들었다.

-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문화계에서는 어떤 새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가.

“지구촌은 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시장 규모도 고속성장중이다.

그런데 문화소비자들의 입맛은 크게 분화돼 더이상 집단적이지 않고 개별적이다.

지구화로 문화감상에는 국적개념이 희미해져가고 대신 완성도와 소비자 개인의 취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그런 변화에 대한 20세기 폭스사의 대응전략은.

“오락분야에서 선택의 폭이 예전에 비해 훨씬 넓어졌다.

영화관객은 지금 다채로운 영화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정책을 전면 재검토했다.

블록버스터만이 아니라 러브스토리와 코메디영화 등 여러 종류의 영화를 고루 만드는 다품종화가 우리의 전략이다.”

- 폭스 스튜디오를 세분화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우선 영화관객층이 계속 분화하고 있다.

영화관의 멀티플렉스 (복합상영관) 화도 이에 맞춘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팬들은 한 복합상영관을 찾아가 평균 8개정도의 작품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우리가 새로운 영화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게 마인드와 조직을 바꾼 것도 이런 현실변화 때문이다.

가족 영화, 10대 영화 뿐 아니라 예술 영화도 필요하다.

액션영화만을 만들면 기껏 많아야 전체 관객의 8분의 1 정도만 와서 본다.

우리가 지난 95년부터 폭스.패밀리.2000.서치라이트 등으로 나눠 다양한 관객지향의 영화를 제작하게 된 것은 그밖의 관객도 우리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 인디영화 (독립영화) 감독들이 다채로운 작품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데 그에 대한 전략은.

“타란티노를 대표적인 인디로 꼽는데 대형영화사의 돈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이미 인디는 아니다.”

- 세계영화시장에 정통한 만큼 각국 영화계에도 훤할 것으로 안다.

한국영화계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

“언어장벽 때문에 한국영화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딱 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독일 등 유럽의 예를 보면 성공하는 영화는 외국영화보다는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들이다.

현지의 영화제작자들이야말로 자국민이 어떤 영화를 원하는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 한국이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외국영화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경제사정이 좋지 않으면 않을수록 사람들은 즐길 거리를 찾게 된다.

비용으로 따지면 영화관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이다.”

LA=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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