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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수석 복수 인선 배경…인사청문회 '대타' 파격선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측이 새정부 출범 한참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후보자를 발표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복수 인선안도 아주 특이한 점이다.

김중권 (金重權) 당선자비서실장은 7일 인선안을 발표하면서 "언론검증은 당선자와 상의해 시도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金당선자측이 이같은 '파격' 을 택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깔려있다.

당선자측은 1월초부터 청와대.안기부.해당 부처 등 4~5군데의 존안자료를 검증했다.

金실장은 거론 대상자 본인과 주변인사 등을 만나 의견과 평판을 들었다.

따라서 이날 발표된 인선안에 포함된 인사들은 주요경력과 재산,가족상황과 친구관계, 인맥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1차 검증에서 큰 흠절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그런데도 굳이 언론의 검증을 받겠다는 것은 여론의 반향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1차 검증에서 드러나지 않은 비리나 흠집이 드러날 수도 있고 각종 이익집단의 반발 등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당선자의 '탕평 (蕩平)' 의지도 과시하고 이에 대한 평가도 기대하는 듯하다.

언론검증을 통해 문제인사를 거르는 여과과정을 거침으로써 인사권자인 金당선자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밀실인사.정실인사를 피하고 김영삼대통령이 야유받은 '깜짝 쇼' 도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정권 초기 청와대 수석진과 장관들이 '언론청문회' 에 걸려 본인의 실족은 물론 정부의 스타일을 구기게 한 경험도 참조됐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언론검증을 통해 새정부가 자신들이 내세우는 '국민의 정부' 임을 부각시키기 위한 고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검증 형식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당선자 주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한다.

당선자 측근들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 가장 부담도 적고 당당한 것임을 우리도 알고 있다" 고 말한다.

하지만 '김종필 (金鍾泌) 총리'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각료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면서 총리청문회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자칫 총리임명부터 파란을 겪게 될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JP쪽에 이유를 대고는 있으나 첫 조각부터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경우 김대중정권 전체가 시작부터 상처를 입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언론검증은 인사청문회의 대용품 (代用品) 이라는 얘기가 된다.

즉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 않는데 대한 비판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한나라당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인사청문회제 도입 주장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도 고려했다는 설명도 있는데 한나라당은 "이런 방식은 떳떳지 못하며 제도적.객관적인 검증절차로서 인사청문회는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 고 밝히고 있다.

국민회의측 처사는 또다른 인기작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아무튼 언론검증방식이 성공할 경우 金당선자는 조각 등에서도 이런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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