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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작지만 강한 육군, 수뇌부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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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방부가 노무현 정부 때 만든 ‘국방개혁 2020’의 수정안을 내놨다. <본지 5월 6일자 1면>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청와대로부터 여섯 번씩이나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제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수정안이 성공을 거두려면 무엇보다 육군의 개혁이 관건이다. 국방개혁 예산 621조원에서 삭감된 22조원의 74∼75%가 육군 개혁 예산이기 때문이다. 덩치가 큰 육군 예산을 줄이지 않고서는 비상상황의 경제여건에 맞는 예산을 짤 도리가 없다. 게다가 해군의 이지스함 건조 또는 공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도입 사업들은 이미 계약이 이뤄진 상황이라 되돌리기도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국 ‘큰형님뻘’인 육군이 우선 수술 대상에 오르게 됐다. 수정안엔 2개 기동군단에 무장할 신형 전차 K2(600여 대)를 1개 기동군단분(300여 대)만 생산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한국군의 주력전차 K1A1의 생산가격이 47억원인데 비해 K2의 예상 가격은 대당 80억원 이상이다. K2의 생산량을 300대로 줄이면 2조40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육군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육군 병력을 54만여 명에서 37만여 명으로 감축하고 사단 수도 47개에서 20여 개로 줄이는 대신 첨단무기로 보완하기로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많은 사업이 지연될 위기다. 숫자가 많은 육군을 무인로봇 전투장비 등으로 무장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 돈이 든다고 해서 첨단장비로 무장하지 않으면 장차 주변의 강대국에 대처하기가 어렵게 된다. 예산 뒷받침이 되지 않아 개편 대상인 부대가 통합하지도 이전하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상태로 있다.

육군의 또 다른 고민은 육군 병력의 자연 감소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으로 2020년엔 한국군 병력 규모가 50만 명 이하로 자연 감소할 추세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 때 병사들의 복무기간을 단축(24→18개월)했다. 이대로 가면 2020년엔 병력 50만 명을 유지하기도 곤란할 추세다. 그런데도 복무기간 단축의 잠정 중단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식이어서 현 정부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주변 환경은 육군에 유리하지 않다. 육군은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도 전투력 저하를 막아야 하는 이중고를 안고 있다.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육군 수뇌부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복되고 불필요한 부대를 줄이는, 뼈를 깎는 고민이 요구된다. 대신 북한의 위협이 집중되는 시기에는 적정 규모의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육군 개혁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더라도 육군 전투장비는 가능한 한 국내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군 유지를 위한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전투력을 현재보다 2∼3단계 개선할 수 있는 무기 확보가 시급하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