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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 최열씨, 근대미술속 사건들 연대순 정리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우리나라 최초의 그림모델은 평양기생 윤옥엽 (尹玉葉) 이다.

그녀는 1913년 평양에 와있던 일본인 화가를 위해 모델을 서주었다.

두번째는 2년 뒤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였던 고희동을 위해 포즈를 취해 준 채경 (彩瓊) 이었다.

그녀 역시 경성신창조합 조합원인 기생이었다.

두 가지 사실은 각각 1913년5월20일과 1915년7월22일자 매일신보를 들쳐보면 나오는 기사다.

그러나 근대미술 속에 발을 들여 놓는다고 해서 늘 이런 행운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근대미술에 대한 기록이 엉성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또 그나마 있는 자료를 한군데 모아 놓은 것도 드물다.

그래서 한국 근대 미술사는 마치 깡충거려야하는 징검다리 미술사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가운데 미술평론가 최열 (崔烈) 씨는 최근 근대미술의 사건들을 모조리 총정리한 '한국근대미술의 역사' 를 펴냈다.

(열화당 간, 5백60쪽) 한국미술사사전 (事典) 이란 부제를 붙인 것처럼 이 책은 단순한 자료모음집이 아니다.

근대미술사 위에 펼쳐진 단편적 사건들을 신문기사.회고담.저술 등 여러 자료에서 취합해 연대순에 따라 근대미술 속의 의미있는 사건으로 재구성해놓은 것이다.

예를 들어 1925년 기록 중 나체모델 항목을 보자. 조각가 김복진이 서울 와룡동에 사는 14살짜리 소녀를 나체 모델로 썼다는 신문기사를 중심으로 화가 안석주나 이승만씨의 후일담을 통해 당시의 반응.평 등을 아울러 실려있다.

최씨는 근대미술사와 관련된 사건들의 복원하기 위해 지난 87년부터 카드 정리작업에 들어가 꼬박 5년만에 책을 완성했다.

최씨는 이 책에 대해 '사람과 사건이 보이고 작업실 풍경과 전람회풍경도 보이는 근대미술의 그림지도처럼 쓰이길 바란다' 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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