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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10대 한국병]12.<끝> 새틀을 짜자…시리즈를 마치며(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도력은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도력은 한 사회가 함께 창출해 가는 것이다.

우선 새로운 지도자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하며 그에게 전체 국민의 힘을 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의 루즈벨트를 생각해보자. 그는 39세에 소아마비에 걸린 불구의 몸에도 불구하고 미국 역사상 가장 험난했던 시대, 대공황과 2차세계대전의 위난을 훌륭히 극복해냈던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의 위대한 지도력은 당시 미국민들의 열렬한 호응과 지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시점에서 지도자와 국민이 위기극복을 위한 대수술의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새로운 계약 (New Contract)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이 새로운 계약체제하에서 비전과 화합과 용기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만이 국민들에게 '피와 땀과 눈물' 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지도자라야 국민들로부터 선한 에너지를 끌어내고 가슴과 마음을 움직여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예화를 들어보자. 세기의 명장 미켈란젤로가 어느날 커다란 암반위에 올라가서 땀을 흘리면서 정과 망치로 바위를 쪼아내고 있었다.

마침 그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 암반속에 들어있는 천사를 끄집어내고 있는 중' 이라고 대답했다.

새 지도자는 이런 천사들을 우리 국민 가운데서 끌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 있다.

지도력의 부재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위대한 지도자의 양성을 위해 국가적인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국부 (國富) 는 국가가 얼마나 많은 위대한 지도자의 스톡 (stock) 을 지녔느냐에 달려있다. 올림픽 메달을 늘리기 위해 운동선수 양성에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진정한 지도자 양성에는 소홀했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늦더라도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새로운 계약하에서 '죽으면 살리라' 는 각오로 문자 그대로 '가죽을 바꾸는' 개혁 (改革) 을 통해 새로이 판을 다시 짜게 되면 '그날' 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그날은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쟁취해야 하는 것이다.

대표집필=이계식 〈한국재정학회회장·KD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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