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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신청 앞둔 파스퇴르 최명재 회장…본인·가족소유 주식 종업원에 양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 (乳) 업계에 돌풍을 불러일으켰던 '파스퇴르우유' 의 파스퇴르유업이 자금난에 몰린 나머지 결국 화의신청을 내게됐다.

또 '우유에 미친 사나이' 최명재 (崔明載.71) 회장이 창업 10년여만에 파스퇴르 경영에서 손을 뗀다.

이에 따라 파스퇴르유업과 崔회장이 설립한 민족사관고등학교 등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것. 崔회장은 이날 서면자료를 통해 "금융위기 한파로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했다" 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본인 및 가족 소유 주식 40만4천여주를 모두 종업원들에게 양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 고 밝혔다.

그는 "금융공황과 소비자의 고가품 외면으로 인한 매출부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자금압박을 받던 중 민족사관고등학교 증설에 따른 채무변제 요구가 심해져 결국 위기를 맞게 됐다" 고 덧붙였다.

崔회장은 이날 조재수 (趙在洙) 사장 등 임원 2명과 함께 퇴진했으며 회사측은 중간간부를 중심으로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성남공장에서 사원총회를 갖는 등 향후 회사운영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해 파스퇴르측 관계자는 "2일께 파스퇴르유업과 파스퇴르식품에 대해 화의를 신청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또 회사 정상화를 위해 우유값을 동결하고 분유는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해 11~17% 싼 가격으로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파스퇴르유업은 지난 96년 매출 1천8백71억원을 기록했고, 총자산 1천3백59억원에 금융권 부채는 1천2백7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스퇴르가 경영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오렌지주스 시장 진출, 민족사관고등학교 증설 등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하는 바람에 부채가 늘어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를 맞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매출액의 10%를 웃도는 과다한 광고비 지출에다 다른 경쟁회사들의 저가정책' 에 대해 고가전략으로 맞선 데 따른 매출감소 등도 경영부실을 부채질했다.

전북김제에서 태어나 서울대 상대를 중퇴한 뒤 상업은행에 잠시 몸담았던 崔회장은 중동으로 건너가 운수사업으로 번 돈을 밑천으로 회갑의 나이인 지난 87년 파스퇴르유업을 세웠다.

그 후 파스퇴르는 독특하고 공격적인 崔회장의 광고.판촉전략에 힘입어 급속도로 성장했다.

崔회장은 자금지출은 물론 광고문안 하나까지 모두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TV광고에 주로 의존하는 기존 우유업체와 달리 신문광고를 통한 직설적 광고카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특히 '저온살균우유' '고름우유' 등으로 우유의 품질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이의를 제기하는 곳이면 경쟁업체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소비자보호원 등 소비자단체, 언론사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정면대응으로 맞섰다.

그에 대한 평가는 "유업계에 품질경쟁을 촉진하고 우유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이끌었다" "유아독존 (唯我獨尊) 식의 유업계 이단아" 등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고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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