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칼럼] 투자 '무식어록' 전파자는 되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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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 방송국의 드라마중에 만년 백수였던 남편을 대기업에 입사시키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게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한 아내의 내조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라고 한다.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기존의 도시적이고 세련됨의 상징이었던 한 여배우의 변신에서 왔다고 하는데 그 중심에는 그 여배우의 약간은 무식하면서 엉뚱하게 튀어나오는 ‘무식어록’이 장안의 화제이다.

“아! 카드 마그네슘(마그네틱)이 손상됐나 봐요” “나침반(주사위)은 던져졌는데…” “원래 잘난 사람들은 튀게 돼 있어. 군대일학(군계일학)이라고 하잖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인생사 다홍치마(새옹지마)라는데” “당신이 봉중근(안중근) 의사야” “내가 토사구땡(토사구팽) 당했어” 등등 최근 몇 회의 내용만 보더라도 상당히 많은 무식어록이 나온다. 하지만 천연덕스럽게 내뱉는 말 속에 답답함 보다는 작은 웃음과 신선함이 묻어 나오는 것은 아마도 각박한 생활속에서의 작은 활력소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생활속에서의 대화중에 나오는 단어가 이정도 라고 한다면 재테크나 투자에 있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들은 얼마나 제대로 알고있고 또 얼마나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을까?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경제시장이 위축되고 혼란을 겪으면서 여러가지 다양한 신조어와 복합어들이 새로이 생기고 활용되면서 조금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신문기사나 증권회사 리서치 자료,각종 인터넷 정보등을 읽어볼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모 신문기사에서 인용한 금융 신조어의 사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오늘은 ‘퍼케이션’ 3일째이다. TV를 켜 보니 월스트리트의 ‘뱅스터’들 뉴스만 줄줄이 나온다.외출이나 해 볼까 옷장을 열어 보니 변변한 옷 하나 없다.이럴 때일수록 더 ‘시코노믹’하게 살아야겠다’

이 문장의 의미와 단어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겠는가?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나마 무식어록 전파자의 가능성은 낮다.여기서 ‘퍼케이션(Furcation)’은 조업 단축으로 인한 일시 휴가 또는 해고를 의미하는 ‘펄로(Furlough)’와 휴가를 뜻하는 ‘버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로 회사 경영난 때문에 직원들에게 강제로 주어진 무급 휴가를 의미한다. ‘뱅스터(Bangster)’는 ‘뱅크(Bank)’와 ‘갱스터(Gangster)’의 합성어로 월가 은행들이 무분별한 탐욕으로 국민의 돈을 강탈했다는 비난의 의미가 있다. ‘시코노믹(Chiconomic)’은 ‘시크(Chic : 세련된)’와 ‘이코노믹(Economic : 경제적인)’의 합성어로 한정된 예산으로 알뜰살뜰 멋을 내는 생활습관이나 자세를 가진 사람들을 의미하는 용어라고 한다.

이외에도 약간은 전문적인 표현으로 신용파생상품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채권이나 대출금 등 기초자산의 신용위험(credit risk)을 전가하고자 하는 보장매입자(protection buyer)가 일정한 수수료(premium)를 지급하는 대가로 기초자산의 채무불이행 등 신용사건(credit event) 발생시 신용위험을 떠안은 보장매도자(protection seller)로부터 손실액 또는 일정금액을 보전 받기로 약정하는 거래를 말하는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 CDS)이라는 표현과 ‘금융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의 준말로 예외적이지만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 터졌을 때 금융시스템이 받게 되는 잠재적 손실을 측정하는 방법을 지칭하는 ‘스트레스테스트(Stress test)’라는 표현도 많이 쓰이고 있다. 국민 혈세로 보너스 잔치를 벌인 대기업 임원들에 대한 분노가 실제 납치 행위로 비화된 사회현상을 꼬집은 단어로 '상사납치'라는 뜻의 ‘보스내핑(bossnapping)’은 ‘boss’와 ‘kidnapping’의 합성어이다.

'이코노사이드(econocide) '는 경제와 자살의 합성어로, 불황으로 인한 자살을 의미한다. ‘economy’ 와 ‘suicide’의 합성어로 세계경제대공황으로 거액의 손실을 입은 은행가들이 고층건물에서 투신하는 사건에서 유래됐으며 최근 경기침체로 다시 사용되고 있다.

지면상 잠깐 한 두어 개만 소개해야지 라고 마음먹고 작성하다 보니 벌써 꽤 많은 금융 신조어가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최근에 발생되고 벌어지는 일련의 국내외 금융,투자시장의 모습에서 적당한 단어가 없다면 계속해서 신조어가 나올 것이다.

테이블 위에 썩은 사과가 하나 놓여 있다고 치자. 두 사람이 이 썩은 사과를 보고 썩은 이유를 얘기하는데 한 사람은 냉장고에 넣지 않아서 더운 날씨에 썩었다고 표현하고 한 사람은 먼지(Dust)와 온도(Temperature)의 영향으로 썩었기 때문에 원인을 합성어로 ‘듀템퍼스트(Dutemperst)’가 원인이라고 한다면 합성어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들었을 때 당연히 ‘듀템퍼스트(Dutemperst)’의 의미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점점 금융시장의 세분화가 진행되면서 미묘한 의미의 차이가 커다란 해석의 오류로 다가올 수가 있기 때문에 최근에 활용되고 있는 이러한 금융 신조어들에 대해서 남들보다 먼저 관심을 갖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속된 표현으로 ‘아는 것이 곧 돈이다’,’아는 것이 곧 투자의 수익률이다’라는 말이 잔인하다고 생각하는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어차피 나와 가족의 미래의 삶의 모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이 아닐까 싶다. 영어단어 외우듯이 연습장에 덧칠하면서까지 외우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할 수만 있다면 꼭 해서 나중에 후회는 하지 말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당부의 바람이다.

하루하루의 신문기사와 인터넷 기사 제목에서 혹은 기사의 내용 중에 처음 보는 단어가 나온다면 이제부터는 찾아보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이다.

서기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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