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 고객예탁금·증권사 자금 따로 관리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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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증권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예치해놓은 고객예탁금을 증권사 회사 돈과 구분해 별도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은 증권사들이 고객예탁금을 회사 돈과 섞어 자유롭게 쓰다가 고객이 인출을 원할 때마다 돌려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제도적으로 증권사들이 고객예탁금을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투자신탁회사가 고객 돈과 회사 돈을 따로 관리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에 맡겨놓은 현금인 고객예탁금은 영구히 안전하게 보호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정부가 오는 2000년까지 한시적으로 고객예탁금 전액을 보상해준다는 방침이었다.

재정경제원은 증권사 추가부도에 대비,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고객예탁금을 별도로 예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경원 관계자는 22일 “최근 고려.동서증권의 잇따른 부도로 증권사들이 고객보상을 위해 출연해놓은 증권투자자보호기금이 바닥났다” 며 “이 때문에 동서증권 고객의 경우 고객예탁금을 즉시 못찾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증권투자자보호기금이 바닥나더라도 오는 2000년까지는 한시적으로 정부가 대신 나서 고객예탁금을 전액 보상해주기로 했다” 며 “그러나 증권사가 부도를 낼 때마다 정부가 대신 메워주기보다 차제에 고객예탁금을 따로 보관해두면 2000년까지는 물론 2000년 이후에도 제도적으로 완벽히 보호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4조원 안팎에 달하는 고객예탁금을 쓰지 못하게 될 경우 자금난 심화가 우려된다.

재경원은 이에 따라 고객예탁금을 증권사 돈과 분리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증권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사놓은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은 이미 증권예탁원에 보관돼 있어 1백% 안전한 상태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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