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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익는 마을]16.한산 소곡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추수후 담근 술이 백일간 땅에 묻혔다가 설날 차례상에 올라온다.

충남서천군한산면지현리3구. 한산고을 원님이 호령하던 이 곳에는 한해의 시작인 설날에 등장하는 명주가 있다.

바로 한산소곡주 (韓山素국酒) 다.

소곡주 술도가는 길 건너편에 초가와 기와집들이 들어선 '한산모시관' 을 마주보고 있다.

한산모시는 한산의 대표적인 특산품. 입고 마시는 한산의 명물이 한 곳에 나란히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지현리의 산책코스는 조선시대 문종때 건설된 한산읍성이다.

한산읍성은 애주가가 통과하기가 힘든 철옹성 (?) 이었다.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들은 술잔을 기울이다 과거일자를 넘겼고 물건을 훔치러온 도적들은 술을 마시다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래서 소곡주를 '앉은뱅이술' 이라 했던가.

지현리3구의 주민은 1백90여명. 주민 대부분이 논농사를 짓고 있어 쌀이 주재료인 소곡주를 담그는 집이 있을 법하지만 술도가에서만 소곡주를 빚는다.

이 마을 주민 박형전 (66) 씨는 “숙성기간이 길고 방법이 복잡해 옛날부터 부농만 빚었다” 고 말했다.

소곡주는 79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김영신씨가 작년에 작고하면서 며느리 우희열 (58) 씨가 그 맥을 잇고 있는 백제시대의 술이다.

그런 까닭에 여인들은 소곡주를 담글때 목욕을 한후 소복을 입고 나라잃은 백제유민의 슬픔을 달래는 풍습이 있다.

소곡주에 들어가는 물은 건지산의 물로 염분이 없는 대신 약간의 철분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소곡주를 입에 담고 한참동안 음미하면 철분이 혀끝에 안겨주는 톡 쏘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송명석 기자

소곡주는 = ▶특징 = 붉은 기가 감도는 노란색을 띠며 첫잔이 상당히 달콤하다. 과음을 한후에도 머리가 아프지않아 이 술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알콜도수는 18도.

▶양조방법 = 누룩은 통밀을 재료로 한달정도 배양해야 완성된다.

가장 맛있는 술은 10월에 담궈 저온에서 1백일가량 숙성시켜 1월에 생산된 술이다.

▶가격.문의 = 7백㎖ (1만4천원) .한산소곡주 (0459 - 951 - 0290) 서울유통체인 (02 - 585 - 3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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