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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강한 학습지 기반으로 신사업 진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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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업으로 1조원이 넘는 재산을 일군 인물이 탄생했다. 한국의 8대 부자로 꼽힌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이다. 장 회장의 재산은 총 1조138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2위에서 14계단이나 한꺼번에 뛰어올랐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도 7280억원의 재산으로 지난해 26위에서 올해 16위로 상승했다. 중앙SUNDAY가 이들의 성공비결을 취재했다.


“이제는 칭기즈칸의 군대처럼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며 열의로 가득 차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새로운 교원을 만들어야 합니다.”(교원그룹 장평순 회장)

“그룹 가치의 핵심은 ‘사람 사랑’이고, 우리 그룹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류에게 꿈과 행복을 선사하는 것입니다.”(대교그룹 강영중 회장)

경제 월간지 포브스코리아가 최근 발간된 5월호에 ‘2009 대한민국 100대 부자’의 명단을 실었다. 1~7위는 예상대로 삼성·현대·롯데 등 재벌가의 2, 3세 경영인들이 올랐다. 그런데 8위부터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국내 교육기업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장평순(58) 교원 회장과 강영중(60) 대교 회장의 순위가 급상승한 것이다. 장 회장은 지난해 22위에서 올해는 8위로, 강 회장도 26위에서 16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장 회장은 1조1384억원의 재산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전통적인 제조·유통업이나 새롭게 떠오르는 정보기술(IT) 기업도 아닌 교육사업을 하는 회사의 창업자가 최상위급 부자에 오른 것은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일이다. 해당 기업의 경쟁력이 우수한 게 요인이겠지만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이 그만큼 뜨겁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교원과 대교의 주력사업인 학습지는 가격대가 대개 월 5만원 이하로 저렴하고 현금 장사여서 불황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강 회장과 장 회장은 학습지 사업으로 출발해 연간 매출액 1조원에 육박하는 중견그룹을 이룬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근 학습지 판매가 정체 상태에 빠지자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경영 스타일에선 ‘사람 사랑’을 강조하는 강 회장이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십’이라면, ‘칭기즈칸 경영’을 내세우는 장 회장은 ‘공격적이고 적극적 리더십’으로 대조를 보인다.

창업은 강 회장이 빨랐다. 학군 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공부방 그룹과외를 하던 강 회장은 1976년 일본의 구몬(公文)수학 교재를 들여와 ‘한국공문수학연구회’를 만들었다. 젊은 시절 전집류 방문판매에서 독보적 ‘판매왕’이었던 장 회장은 85년 ‘중앙교육연구원’을 창업했다. 이후 양사는 학습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대한민국 부자 18위에 꼽힌 웅진그룹의 윤석금(64) 회장도 80년 교육사업으로 출발했다. 당시 이들이 창업 아이템으로 교육을 선택한 것은 적은 자본으로도 본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회장은 89년 ‘웅진코웨이’ 설립 이후 주력사업을 정수기 등 생활환경 분야로 전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지난해 말 현재 자산총액 5조8670억원으로 재계 순위 33위(공기업 제외)에 올랐다. 이 밖에 메가스터디의 손주은(63위) 사장, 재능교육의 박성훈(93위) 회장도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순위 선정을 위한 재산 분석은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개인의 보유주식수를 기준으로 했다. 상장 주식은 4월 7일 현재 주가, 비상장 주식은 주당 순자산가치에 같은 업종 상장사의 평균 주가순자산 비율(PBR)을 곱한 금액으로 계산했다.

강 회장, 스포츠 외교로 IOC 위원 노려
지난달 17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 해변. 강영중 회장이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단상에 오른다. 대교가 강원도·고성군 및 일본 기비시스템과 합작으로 설립한 ‘강원심층수’ 공장 준공식이다.

강 회장은 “오늘 드디어 대교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 사업 중 하나가 될 강원심층수의 플랜트(공장) 준공식을 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곳에 해양 심층수를 활용해 질병도 치료할 수 있는 고품격 테라피 레저파크 타운도 건설할 계획”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테라피 관광객을 유치하는 고부가가치형 관광레저 사업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교의 해양 심층수 사업 진출은 그룹의 33년 역사에서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르치며 배운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좌우명으로 본업인 교육사업에만 집중했던 강 회장이 마침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강 회장은 “오래전부터 건강과 관련한 환경친화적 사업을 하고자 꿈꿔왔던 개인으로나 그룹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물려받은 재산 없이 맨손으로 오늘의 대교그룹을 이뤄냈다. 부친의 사망으로 어려워진 집안 형편 탓에 세 명의 학생을 데리고 과외교사를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80년 정부의 과외금지 조치로 회사가 존폐위기에 처했을 때는 학습지 교사가 직접 회원의 집을 방문해 가르치는 ‘가정방문식 학습법’을 도입해 활로를 찾았다. 80년대 후반 일본의 구몬이 로열티를 올리고 브랜드를 ‘공문’의 일본식 발음인 ‘구몬’으로 바꾸라고 강요하자 아예 관계를 끊어버릴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90년대까지 승승장구하던 강 회장은 2000년대 들어 고민이 깊어졌다. 학습지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경쟁도 심해져 그룹의 성장세가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현재 연간 9000억원대 그룹 매출의 90% 이상이 주력 계열사인 ㈜대교에서 나온다. ‘눈높이’ 회원은 전국에 200만 명을 헤아리며, 방문 교사는 1만9000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연간 4조원 규모의 학습지 시장에서 ㈜대교의 점유율은 2003년 24.8%에서 지난해 18.5%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강 회장은 신사업을 본격 모색하게 된다. 10여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해양 심층수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2006년에 강원심층수란 회사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3년을 준비해 하루 3000t을 취수할 수 있는 공장을 준공했다. 강원심층수는 다음 달 시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교는 이 회사의 지분 52%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강 회장은 최근 스포츠 외교에도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2005년부터 세계배드민턴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올 초 미국과 이란의 ‘셔틀콕’ 외교를 막후에서 주선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까지 날아갔지만 이란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바람에 양국의 배드민턴 경기는 결국 무산됐다. 그는 10일 열리는 세계배드민턴연맹 총회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성공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거에도 나설 태세다. 강 회장은 “스포츠 교류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은 2015년 매출 3조원 목표
오전 6시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 어둠이 내려앉은 해변에 교원그룹 임직원 700여 명이 자리를 잡았다. 해가 떠오를 무렵 장평순 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장 회장은 떠오르는 해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하늘에는 교원의 새 통합이미지(CI)를 형상화한 애드벌룬이 바람에 펄럭였다. 지난해 11월 1일 열린 교원의 CI 선포식 장면이다.

이 자리에서 장 회장은 “1000만 고객, 3조 매출”을 외쳤다. 창립 30년을 맞는 2015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비전 2015’다. 그는 “성공에 안주하려는 안이함을 깨야 한다”며 “외환위기 때도 20% 이상 성장하지 않았느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어 “‘성을 쌓는 자 망한다’는 칭기즈칸의 말처럼 새로운 도전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85년 100㎡짜리 방 한 칸을 빌려 학습지 ‘중앙완전학습’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인쇄비가 없어 타자기로 쳐 낱장을 등사했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좋았다. 전집류 판매를 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학부모의 요구를 잘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1년 만에 세든 건물의 한 층을 다 사용할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한다.

이후 브랜드를 ‘빨간펜’으로 바꾸고, 대교가 손 뗀 일본의 구몬과 손잡고 ‘구몬학습’을 창간하며 사세를 키웠다. 학습지에서 성공을 거두자 장 회장은 자신의 장기인 전집 개발과 판매에 박차를 가한다. 지금까지 교원이 만든 전집은 모두 80여 종에 3억권이 넘는다. 2003년에는 ‘웰스 정수기’를 출시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당시 필터 개발에만 3년이 걸릴 정도로 정성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이 밖에 호텔·레저·여행 등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불황으로 정수기 판매 등 일부 사업의 매출이 주춤하면서 장 회장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교원그룹의 매출은 9870억원으로 당초 목표였던 1조원에 조금 못 미쳤다. 이것을 6년 안에 세 배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장 회장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통한 신화적 성장’을 다그치고 있다. 장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주력사업인 방문판매에선 제가 먼저 앞장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실적을 올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장 회장은 동시에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경제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서울 충무로에 있는 내외빌딩을 1300여억원에 사들여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중등 학원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학원 1호점을 열고 온라인 사업도 벌여 2012년까지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교원그룹의 특이한 점은 증시에 상장한 회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장 회장의 재산도 비상장 주식이다. 대개 기업 규모가 커지면 주식시장에 상장해 투자자금을 조달하지만 장 회장은 “신중히 검토 중”이란 입장이다. 언제라도 신규사업 투자에 동원할 수 있는 ‘실탄’을 든든하게 챙겨놓고 있어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주력 계열사인 교원이 보유한 현금과 단기 금융상품은 5700억원에 달한다.
 
윤 회장, ‘세계 친환경 부자’ 69위 선정도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은 부자 순위에선 강영중·장평순 회장에게 뒤졌지만 기업 규모에선 크게 앞서고 있다. 웅진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4조4070억원으로 대교·교원의 네 배가 넘는다. 자산 규모로는 조만간 30대 그룹 진입을 노리는 수준이다.

백과사전 영업사원에서 오늘의 웅진그룹을 일으킨 윤 회장은 80년 자본금 7000만원으로 ‘헤임인터내셔널’이란 회사를 설립하며 사업가의 길로 접어든다. 같은 이름의 일본 기업에서 투자를 받았다. 79년 10·26 사태 이후 외국자본의 철수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신용 하나만으로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창업과 동시에 과외금지 조치가 나오자 윤 회장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카세트테이프 학습교재’의 아이디어를 냈다. 유명 과외교사들의 강의를 녹음해 전국 고교생에게 판매한 것이다. 이후 어린이마을(전집)과 웅진아이큐(잡지)가 ‘연타석 안타’를 치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80년대 후반 윤 회장은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대기업이 선점하지 않은 분야를 찾았다. 현재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가 탄생한 배경이다. 그러나 정수기 판매는 97년 외환위기로 극심한 부진을 경험한다. 이때 윤 회장이 위기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이 ‘정수기 대여(렌털) 마케팅’이다. 당시 100만원대의 정수기를 월 2만~3만원의 대여료를 받고 빌려줌으로써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번 경제위기를 맞아선 제휴 카드를 쓴 만큼 현금으로 돌려주는 ‘웅진 페이프리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윤 회장의 최근 관심사는 태양광 사업이다. 이를 위해 웅진에너지(2006년)와 웅진폴리실리콘(2007년)을 잇따라 설립했다. 태양광 사업에 3000억~4000억원을 투자해 2011년께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산이다. 윤 회장은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친환경 부자 100인’ 중 69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극동건설과 새한(현 웅진케미칼)을 사들이며 기업 인수합병(M&A)에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회장은 “웅진은 올해 더 큰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며 “올해 29살이 되는 웅진은 청년의 꿈을 갖고 더욱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 꿈은 국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하는 원대한 꿈”이라고 강조했다.

재능교육 박성훈(64) 회장도 강영중·장평순 회장 등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교육 사업가다. 박 회장은 77년 재능교육을 설립, ‘스스로 학습법’을 앞세워 중견그룹을 일궈냈다. 첫 작품인 ‘재능수학’의 전 과정을 개발하는 데 13년이나 걸리는 등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바람에 초창기에는 빚에 쪼들리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학부모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자리를 잡았다. 재능교육의 지난해 매출액은 2683억원, 순이익은 129억원이다.

교육 분야에서 떠오르는 차세대 주자는 손주은(48) 메가스터디 사장이다. 학원강사 출신인 손 사장은 ‘손사탐(손주은의 사회탐구)’이란 이름으로 강남 학원가에서 명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회사 설립 첫해인 2000년 5억7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2023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학원사업을 병행하며 지난해에만 51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2004년 코스닥시장에도 상장했다. 

주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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