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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나델리·전 재무장관 스노, 빈손으로 돌아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2호 28면

미국 크라이슬러의 CEO 내정자 세르조 마르치오네가 승자라면, 현 CEO 로버트 나델리와 대주주인 사모펀드 서버러스의 회장 존 W 스노 전 재무장관은 패자라 할 만하다.

떠나는 사람들

나델리는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 절차를 밟는 바람에 빈손으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 그는 지난달 30일 콘퍼런스콜에서 “내가 떠나는 일은 아주 간단하다. 개인적으로 쓰던 펜 하나만 들고 문을 나서면 된다. 황금 낙하산 계약은 없다”고 말했다. 황금 낙하산은 경영자가 회사를 떠날 때 받는 후한 퇴직금 등을 말한다. 그는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절차가 끝나면 CEO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그의 연봉은 단돈 1달러였다. 그는 가구 등을 생산·유통하는 홈디포에서 2억1000만 달러를 받고 CEO를 하다 2007년 1월 크라이슬러에 영입됐다. 그는 “이 자동차 회사를 잘 경영해 경영자로서 이름을 얻는 게 최대 보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크라이슬러는 8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운이 없었다’는 동정론이 일고 있기는 하지만 실패한 경영자로 낙인 찍혔다.

이는 그의 인생에서 세 번째 좌절이다. 그는 GE 시절 잭 웰치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제프리 이멀트 현 CEO와 치열하게 경합했다. 경영 스타일이 웰치에 가까워 ‘리틀 웰치’로 불렸다. 하지만 이게 화근이었다. 경영권 교체가 진행된 2000년 GE 이사회 분위기가 더 이상 웰치 스타일 경영자는 피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웰치는 81년 CEO로 선임된 이후 살인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며 GE를 개혁했다. 결국 나델리는 그해 이멀트에게 밀려 GE를 떠나야 했다. 그는 곧바로 홈디포 CEO가 됐다. 처음에는 불량률을 대대적으로 낮춰 성공을 거두는 듯했지만 2005년 이후 실적이 악화됐다. 주가가 급락하는데도 고액 연봉을 꼬박꼬박 챙기는 바람에 악덕 전문경영인의 대명사로 꼽혀 물러나야 했다.

전 재무장관 존 스노는 2006년 서버러스 회장이 됐다. 실제 오너 등 내부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은 서버러스의 얼굴마담으로 영입됐다는 평이 파다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그는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곧바로 독일 다임러가 내던진 크라이슬러를 74억 달러에 사들였다. 회장으로서 첫 투자였다. 이미 서버러스는 자동차 유통법인과 할부금융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두 회사와 크라이슬러를 묶으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하지만 약 3년 만에 그는 투자금 74억 달러를 거의 다 날렸다. 기존 크라이슬러가 새 회사에 돈 되는 자산을 넘기며 약간의 돈을 받겠지만 대부분이 채권자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서버러스가 74억 달러를 모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서버러스는 크라이슬러 매입대금 74억 달러 가운데 10억 달러 정도만 댔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외부 투자자 몫이다.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스노의 개인적인 명성에는 오점이 남을 게 분명하다. 그는 미국 동부의 거대한 철도망을 보유한 CSX의 CEO를 85년 이후 18년 동안 맡았다. 말 많고 탈 많은 철도회사를 오랜 세월 훌륭하게 경영했다. 덕분에 2003년 재무장관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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