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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자 구하려다 숨진 박은규·김덕기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산사나이들은 짧지만 굵은 삶을 살았다.

눈사태로 매몰된 대학생들을 구하려다 눈속에 자신들의 젊음을 묻은 朴은규 (33.전주시팔복동) , 金덕기 (35.전주시서신동) 씨는 산사나이들의 진한 의리와 기개를 보여주고 떠났다.

전북산악연맹소속으로 지난 13일 전주를 출발, 설악산 토왕폭포 일원서 겨울빙벽 등반 훈련을 하던 이들이 긴급구조 요청을 받은 것은 14일 저녁6시쯤. 설악산 소토왕골 안전지대에 야영 캠프를 설치하던중 경북대생 權영재 (25) 씨 등이 달려와 "갑자기 눈사태가 발생해 동료 2명이 토왕성폭포에 매몰됐다" 며 절박하게 구조를 요청해 왔다.

朴.金씨는 앞뒤 잴 겨를도 없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조난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폈으나 저녁 8시쯤 발생한 2차 눈사태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朴씨는 전북정읍시칠보면 출신으로 산악활동 13년 경력의 베테랑. 평소 바위.빙벽 타기 등에 능하고 상황 판단에 뛰어나 선후배 사이에 신망이 두터웠다.

전주시 팔복동에서 '3D용역' 이란 건물외벽 청소업체를 운영해온 朴씨는 내성적인 성격이나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사재를 털어 도와 줄 정도로 인정이 많았다.

지난해 3월 결혼, 현재 8개월된 아들을 둬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또 金씨는 인천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수료한 재원. 지난해 12월 직장인 S그룹 비서실을 휴직하고 전주시 서신동에 사는 후배 朴삼규 (30.등산용품 판매상) 씨 집에서 박사학위 논문준비를 해왔다.

전북산악연맹 관계자들은 "朴씨와 金씨는 의리와 책임감이 남다르고 침착했다" 고 말했다.

전주 =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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