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범호 하루 홈런 3방 8타점 괴력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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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화 이범호(사진右)가 세 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한 경기 최다타점(8) 타이기록의 괴력을 뽐냈다.

이범호는 30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서 만루 홈런 포함, 3홈런 8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10년 전 무명 선수가 이젠 프로야구 최고 타자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999년, 대구고 3학년이었던 이범호는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회의에서 한화에 1순위(전체 8순위)로 지명됐다. 청소년 대표 경력도 없고, 전국고교대회에서 두각도 나타내지 못한 무명의 선수가 그였다. 이범호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을 만큼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당시 구단 스카우트로 일하던 정영기 현 경찰청 코치가 이범호의 잠재력을 눈여겨봤다. 하체가 튼튼해 정교함을 갖추면 거포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고 회상했다. 한화의 선택은 타 구단이 부러워하는 ‘스카우트 성공 사례’ 중 하나다.

2009년, 이범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3루수로 성장했다. 2006년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의 주역이 됐고, 올 3월 열린 2회 WBC에서는 올스타팀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범호는 30일 경기 3-0으로 앞선 2회 말 1사 만루에서 LG 우완 김민기의 시속 133㎞짜리 슬라이더를 통타해 그랜드슬램을 만들어 냈다. 이범호는 6회와 7회에도 홈런포를 가동하며 홈런 단독 선두(9개)로 올라섰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경기 세 개의 홈런포를 그리는 동안 타점은 역대 한 경기 최다 타이기록인 8개가 됐다. 시즌 타점(27개)에서도 단독 1위다.

4월의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장식한 이범호는 “홈런 단독 선두로 올라 기분은 좋지만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타이틀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런 페이스가 좋은 편이다. 차근차근 개인적 목표를 향해 뛰겠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화는 2회 이범호에 이어 이도형·신경현·이여상이 아치를 그려 내며 올 시즌 한 이닝 팀 최다인 4홈런을 기록했다. 2000년 4월 5일 대전 한화전에서 현대가 쳐낸 5홈런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한편 SK는 잠실에서 두산을 8-3으로 꺾고 선두를 지켰다. SK 투수 김광현은 선발 8이닝 6피안타 2실점 호투로 시즌 3승(무패)째를 따내며 지난해 8월 이후 8연승을 달렸다. KIA는 광주에서 이적생 김상현의 만루 홈런 등을 앞세워 롯데에 11-5로 승리했다.

청주=하남직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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