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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원 콤플렉스'…현실속 만남 기피하고 사이버연애 탐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학교에선 '스타' 소리를 듣는 여고생. 얼굴 예쁘고 몸매 좋고 모든 스포츠를 잘하는데다가 성적은 '올A' .일본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도키메키 메모리얼' 의 여성 캐릭터 후지사키 시오리의 프로필이다.

과연 이런 여성이 실제로 존재할까. 아니 설령 있다 해도 수많은 보통 남자들에겐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기' 일 뿐일 터. 그러나 가상현실 속에서라면 이같은 완벽한 여성에게서도 얼마든지 사랑고백을 받아낼 수 있다.

물론 '잘만 하면' 이란 단서가 붙긴 한다.

그래도 자신도 '그녀' 에 비해 결코 빠지지 않는 매력남으로 거듭날 뿐 아니라 '게임의 고수들' 이 직접 체험한 공략법 족보와 매뉴얼이 있기에 실제 연애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 다.

그런데 웬 '2차원 콤플렉스' 소동일까. 3차원인 현실공간은 기피하고 게임.만화 등의 캐릭터에 빠져있는 증세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정확한 의미를 살리자면 '2차원 (가상의 컴퓨터 화면) 신드롬' 과 '3차원 (실제 생활공간) 콤플렉스' 의 합성어라는 편이 옳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내용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여러명의 여성들과 다양한 데이트를 즐긴 끝에맘에 드는 상대에게 고백을 얻어내거나 그녀와의 결혼에 성공하는 것으로 게임은 끝난다.

상식적으로 뭔가 부족한 사람들이 사이버 연애에 빠지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드는데. 대학생 안정혁 (22) 씨의 답변. “아니다.

그보다는 현실보다 나은 자신의 모습, 맘먹은 건 뭐든지 가능한 상황에 매료돼 오히려 실제 연애를 귀찮아 한다는 편이 더 적합하다.”

게다가 정교한 그래픽과 사운드, 현실과 거의 흡사한 상황전개 등도 사이버 연애로 빠져들게 만드는데 한몫을 톡톡히 한다.

“한번 빠지면 다른 게임에는 손도 대지않는다.

다 중독성이 있게 마련이지만 연애게임은 가상의 캐릭터를 자기와 동일시하는 감정이입이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임 전문지 '게임라인' 편집장 정현모씨의 말이다.

과유불급 (過猶不及) 이란 말도 있듯이 잘만하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그릇된 연애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에게서 다마고치가 반년도 못돼 자취를 감췄듯 사이버 애인 역시 '그림의 떡' 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2차원 콤플렉스 환자들의 판단력을 믿어야 할 수밖에.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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