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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에 바라는 교육개혁 6대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우리에게 닥친 IMF위기의 극복은 기술경쟁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력양성에 달렸다.

이를 위해 교육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새 정부에 바라는 교육개혁의 우선과제들을 분야별로 짚어본다.

◇ 실업.직업교육 강화 = 우리나라 전체 산업분야 인력은 90년~93년 사이 연간 평균 4.5%가 부족했다.

특히 고교졸업 인력이 담당하는 제조업분야 부족률은 같은 기간에 연간 평균 5.65%가 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막상 기능인력 공급을 맡아온 실업계고교의 학생수는 인문계보다 적은데다 공업계고교는 전체 실업계고교의 24.8%에 불과해 인력수급이 원활치 못하다.

게다가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실업계 고교생들은 해마다 늘어 97년 현재 47%가 진학을 희망하고 이중 29%가 실제 대학을 진학했다.

실업계 교육을 기피하고 학교교육과 노동시장간의 연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머지않아 "기능인 양성이 고사상태에 이른다" 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학 수준에서도 인력공급과 직종별 인력수요간에 불균형현상은 심각하다.

예컨대 기업의 인문계.예술계대학 출신자에 대한 인력수요가 각각 39%와 1%인데 반해 각각 43%, 27% 정도로 과잉공급되는 반면 자연계 출신에 대한 기업 수요는 60%인데 비해 공급은 32%에 불과해 인력 수급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장석민 (張錫敏) 정책연구부장은 "인문 숭상의 역사적.사회적 구조에서 실업계를 경시하고 회피하는 의식에서 이같은 상황이 파생된 것" 이라고 진단하며 "모든 초.중등교육과정에 일과 직업에 대한 실천 교육이 포함되도록 인문.실업계교육이 조화로운 교육체제로 설계되고 실업계 출신의 능력을 우대하는 기업과 사회풍토가 구축돼야 한다" 고 말했다.

◇ 성인교육.계속교육.평생교육 = 앞으로 구조 조정으로 인해 조기퇴직자의 리사이클링, 전업주부나 노인의 인력개발, 기술 발전에 따른 일반노동자들의 재교육이나 계속교육은 필수적인 교육과제. 96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직업과 관련, 계속교육이나 연수를 받는 성인 (25~64세) 의 비율은 5.4%에 불과, 주요 OECD 국들의 30~40%에 비해 극히 낮다.

따라서 대학이나 사회교육기관과 긴밀한 연계를 통한 성인교육 확대가 시급하다.

한준상 (韓駿相) 성인교육학회장 (연세대 교수.교육학) 은 "대학의 교육과정 자체가 더이상 20~24세 사이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현실과 괴리된 교육장이 돼서는 안되고 성인 중심으로 그 축을 바꿔나가야 한다" 며 이를 위해 "노동부.교육부 등 범부처적 협동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마련돼야 한다" 고 강조한다.

◇ 초.중등교육 정상화 = 교육 정상화는 입시제도 개선과 함께 초.중등교육과정의 대폭적인 손질이 선결요건이다.

현행 6차교육과정의 특징은 국어.영어.수학 비중이 85% 정도로 매우 높고 수업시수는 선진국수준보다 적은 반면 교과내용은 2~3배 정도로 많아 비효율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고교에서 수업의 90% 이상을 이해하는 학생의 비율은 국어 (9.6%).수학 (12.1%).영어 (10.5%) 정도로 수업 이해도가 낮다.

대부분 학생들이 당연히 과외를 필요로 하게 된다.

2000년부터 시작되는 7차교육과정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수과목수를 줄이고 30% 가량의 교과내용을 감축하는 한편 학생의 교과선택을 늘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서문여중 김대유 (金大猷) 교사는 "사교육비의 사실상 주범인 국.영.수 과목에 편중된 구조는 7차교육과정에서도 그대로 남아있어 과외나 사교육비문제가 해결될 소지가 없다" 고 주장한다.

새 정부는 7차 교육과정을 상세히 재검토한 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또 학교정상화를 위해 입시위주 교육에 빼앗긴 삶의 체험기회를 청소년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개성을 살리고 창의적이고 폭넓은 삶의 학습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특활및 비교과활동을 활성화하고 여기에 우선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

이런 폭넓은 체험들은 대학입시 전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돼야만 학교폭력.가출 등을 추방할 수 있는 인성교육의 실천이 가능해진다.

또 사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63.7%, 고교생의 84.2%가 우리 교육의 병폐 때문에 조기유학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만5천여명의 조기 유학생들이 해외로 방출하는 교육비가 자그만치 연간 11억달러에 이른다.

많은 국민들이 교육마저도 국산품보다는 외제를 선호한다는 방증이다.

다양한 개인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중등학교들이 대거 출현해야 한다.

이는 바로 중등사학들이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이에 대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 유아교육의 공교육화 = 유아교육은 차세대 기초교육의 틀을 마련할 뿐 아니라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여성취업과 가정복지에 주요한 요소다.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 참여율은 3세에서 10%, 4세가 27.2%, 5세가 44.9%로 OECD국가들의 평균수준인 40.2%, 64.3%, 70.4%에 크게 뒤져있다.

오성숙 (吳星淑) 참교육학부모회장은 "유아교육에 대한 국민의 사교육비부담이 매우 크므로 이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 며 "유아교육서비스.교육과정.교사양성 과정 등에서 일원화된 체계화가 시급하다" 고 말했다.

◇ 교육재정 확보와 효율적 운용 = IMF 한파로 당분간 GNP대비 6%의 교육재정이 확보될 전망은 불투명하다.

따라서 교육비 재정지출의 철저한 누수 점검은 예산 확보만큼 주요과제다.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 수준에서 교육비 배분및 운영방법을 함께 개선해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심도있게 모색해야 한다.

◇ 교직의 활성화 = 침체된 교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우수교사를 확보할 방안이 시급하다.

그러나 현 경제실정에서 교원의 봉급에 대한 처우개선은 불투명하다.

교사들의 잡무를 경감하고 교육에 열중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더 늦출수 없다.

97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조사에 의하면 교원의 83%가 '수업외 업무가 많다' 고 했다.

교원 수급의 불균형과 업무과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제교사' 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시간제교사의 비율은 선진국의 20~30%에 비해 9.7%로서 현저히 낮다.

이와 함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사 재교육및 연수의 강화, 교장.교감 승진제도및 수석교사제 활성화등 인사체계의 제도 개선이 실현돼야한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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