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무용실기시험, 옷값에만 최고 7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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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무용을 전공하려는 딸의 대입원서를 네 곳에 낸 K (47.경기도수원시) 씨는 대입 실기시험 전형요강에 제시된 의상 준비물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실기시험에 타이즈를 입도록 돼있는 서울 H대를 제외하면 경기도의 Y대는 옥색 치마.저고리를, 충북의 S대는 연분홍 저고리.남색 치마에 자주색 깃과 고름을, C대는 흰치마.흰저고리 등 대학이 각각 다른 치마.저고리를 요구하는 데다 깃이나 옷고름 색마저 다른 것이다.

대학의 규정에 따라 한복을 맞춰 입으려면 보통 벌당 30만~70만원이 들고 두세 학교에 지원하려면 8만원 가량의 입시전형료와 심사료 등을 포함해 1백만~2백여만원이 날아간다.

혹시나 학교측이 대여해주는 제도라도 있을까 해서 K씨는 대학에 문의해봤지만 대학들은 "준비물은 규정대로 각자 준비해야 하며 다른 의상을 입고 오면 입실이 허용되지 않거나 감점될 수 있다" 고 말할 뿐이었다.

대학입시 실기시험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무용 실기시험이 '낭비 경연장' 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합격 여부도 불투명한 단 한번의 실기시험을 위해 각 대학의 규정대로 의상을 마련한다는 것은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IMF시대에 학부모에게 너무 큰 부담이고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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