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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박에 도시락 알뜰스키 늘었다…교통편은 셔틀버스 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성우.휘닉스파크.용평.알프스등 스키장이 몰려 있는 영동고속도로. 스키시즌만 되면 스키 캐리어를 탄 승용차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건만 올시즌엔 한가하기만 하다.

서울에서 용평까지 9시간 이상 걸리던 일이 다반사였지만 올해는 많이 밀릴 때도 6시간이면 너끈하다.

스키장 내장객들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이상 줄어든 탓도 있지만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알뜰 스키어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주말 휘닉스파크스키장 식당. 예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던 '도시락 스키가족' 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여의도에서 온 이재숙 (45) 씨는 “김밥을 준비했고, 따끈한 오뎅국물은 사먹었다” 며 “지난시즌에 비해 식사경비가 절반도 안들었지만 마냥 즐겁기만 하다” 고 말했다.

먹는 비용을 줄이려는 알뜰 스키어들이 늘자 스키장측도 고급 레스토랑 대신 분식점을 개설하고, 메뉴도 떡볶이.오뎅.순대.라면등으로 바꾸고 있다.

스키장의 밤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막걸리에 빈대떡 파는 민속주점에만 손님이 좀 있을 뿐 붐비던 디스코테크.단란주점.스포츠카페등은 한산하다.

겨울한철 스키강습 아르바이트로 호주머니를 두둑히 채우던 대학생들도 손님이 줄어 '개장휴업' 상태. 이에 비해 가족끼리 스키를 가르치고 배우려는 알뜰파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신형 고가장비에 눈독을 들이던 스키매니아들도 확 줄면서 장비업계도 울상이다.

이에 비해 예전에 타던 스키장비를 수리해 다시 타려는 알뜰 스키어들이 늘면서 스키장의 스키수리 카운터는 북적거린다.

해마다 요란하게 유행했던 원색의 '스키패션' 도 올해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숙박을 해야 하는 장거리 스키보다는 당일스키 또는 '무박 (無泊) 스키' 가 인기를 끌면서 스키장마다 무박할인 상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숙박비를 아끼려는 스키어들이 늘면서 방구하기가 별따기처럼 힘들던 스키장마다 빈방이 남아돌고 있다.

스키장 주변에서 숙박.장비렌털로 한몫잡던 업자들은 한몫은 커녕 빈방 채우기도 힘들다며 한숨이다.

횡계에서 장비렌털과 민박업을 10년째 하고 있는 김영동 (35) 씨는 “숙박비.교통비.식사비등을 아끼려는 알뜰 스키어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경기불황 탓이기도 하지만 스키가 과시형 고급스포츠에서 대중스포츠로 바뀌면서 거품이 빠지고 있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스키어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씀씀이도 알뜰해지자 스키장들마다 올시즌 매출감소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키장들마다 저렴한 패키지 상품들을 개발하고, 주변 숙박지에 할인 리프트권을 대량 배포해 썰렁해진 스키장을 채우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휘닉스파크의 경우 눈썰매장을 무료 이용토록 하고, 순록 스노모빌을 무료로 태워주는등 각종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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