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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시대]시장 이렇게 변한다…서비스로 고부가 가치 창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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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0면

21세기 새로운 시장질서로 떠오르는 전자상거래 (EC)가 전환기의 국내 경제에 도전과 기회의 큰 파고로 다가오고 있다.

중간 유통업자를 건너 뛴 상품매매를 비롯해 현지법인 없는 마케팅.판매, 그리고 인터넷으로 사후서비스 (AS) 까지 하는등 EC의 혁명적 위력들이 이미 선진국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소비자.공무원 등 모두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 이정표가 될만한 변혁의 현장을 찾아 봤다.

세계 최대 경영자문회사인 앤더슨컨설팅이 IBM.마이크로소프트등과 손잡고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사 전략정보기술센터및 '싱가포르 EC연구소' 에서 구축중인 첨단 EC정보기술과 기업 경영전략을 SK그룹.앤더슨컨설팅 협찬으로 취재했다.

전자상거래 (EC) 는 모든 시장환경을 바꾸고 있다.

EC를 통해 기업은 고객이 어디있는지 쉽게 찾아내며 고객은 보다 쓸모 있고 값싼 상품.용역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EC는 또 기업간 경쟁.구매.물류의 변화도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한마디로 국내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를 개선해 줄 비방인 셈이다.

앤더슨컨설팅 '싱가포르EC연구소' 가 최근 분석중인 EC시대의 시장 변화상을 알아본다.

◇ 상품과 서비스를 함께 잡아라 = 이동통신 회사들이 고객에게 휴대폰을 값싸게 파는 대신 최소 1~2년 의무가입 계약을 맺는 경우가 그 예. 휴대폰 판매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전화요금 수익으로 만회하고도 남는다.

정수기 회사들은 제품을 싸게 팔고 정기적인 필터교환 유료 서비스에 더 치중하며 가입 가정의 특징을 분석해 가전제품등을 팔기도 한다.

이처럼 최근 시장환경은 기업이 제품 판매 못지않게 부수적인 서비스에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 때 승부수가 EC의 효율적 운용에 달렸다.

PC를 통한 고객정보 교환이 필요하고 통신판매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이 통신회사와 손잡고 물건 50만원 어치를 산 고객에게 휴대전화기를 사은품으로 준다든가, 인터넷서비스업체 (ISP)가 가입자에게 인터넷사용료를 안받는 대신 광고를 자동으로 밀어주는 '푸시사업' 도 그런 예다.

◇ 역 (逆) 마케팅 = 일본항공 (JAL) 은 지난해 초 물컵.좌석머리받침 등 기내물품을 웹사이트 입찰로 조달해 비용도 절감하고 보다 정교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종전에는 기내물품 업체들이 제품사양.가격을 제시하면 JAL이 골라 채택해 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JAL측에서 고객 취향에 밀착된 서비스를 하기 위해 요구사항을 웹사이트에 띄우면 관심있는 납품업체가 주문된 사양.가격을 맞춰 제공하는 조달 흐름이다.

이같은 새로운 마케팅은 산업전반에 걸쳐 확대될 전망이다.

즉 생산자는 시장수요를 예측해 대량 생산한 상품을 쌓아놓고 있으면 소비자가 이를 구입하는 형태가 아니라 소비자 요구에 맞춘 주문형 생산이 활성화되고 있다.

◇ 숨은 고객 찾아내기 = 최근 여성고객을 위한 웹사이트를 개설한 팬티스타킹 업체 렉스 (LEGG' S.미국) 는 뜻밖에 남성들의 건의사항등 접속 건수가 더 많아 놀랐다.

알고보니 상당수 건설 노무자들이 추운 겨울에 일하는데 거추장스럽지 않으면서 따뜻한 팬티스타킹을 입는다는 것이었다.

렉스사는 이를 이용해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다.

시장수요는 고객 자신도, 기업도 찾아내지 못한채 묻혀있는 무궁무진한 보물창고인데 웹사이트는 이를 캐내는 훌륭한 도구다.

◇ 진짜 경쟁업자는 누군가 = 지금까지 서점은 재고 물량과 창고 크기등으로 서적 가격을 결정해 왔다.

그러나 가상서점 '아마존' 은 무조건 20% 내린 가격에 판다.

이는 큰 창고와 재고 서적을 많이 가진 업체가 제값 받고 팔거나 적기에 할인판매에 나서 시장을 주도하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 로 경쟁하는 시대가 지났음을 뜻한다.

뉴욕에서 탄생한 가상은행 (SFB) 은 실제 은행들보다 이율이 0.25%가량 높은 CD (양도성정기예금) 상품을 내놨다.

EC는 또 기업간의 새로운 동맹관계도 만든다.

고객이 상담을 원하는 경우 SFB에 가입한 각국 은행들은 앞다퉈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시한 뒤 선택되면 상품을 파는 혜택을 누린다.

◇ 가상세계에서도 팔아라 = 미국 중견 PC업체 델컴퓨터는 대리점.양판점 판매 대신 전화.팩스 및 전자문서교환 (EDI) 형태의 엑스트라넷을 통해 고객에게 직판하는 상거래를 해오고 있다.

그 결과 93년 주가가 3분의 1로 떨어지고 적자가 심화되던 위기를 벗어나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4대 메이커로 떠올랐다.

기업은 이처럼 EC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보다 정확한 상품을 쥐고 발빠르게 고객 앞에 나타날 수 있다.

싱가포르·실리콘밸리 = 이중구·임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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