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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반도체·LCD 부진했지만 휴대폰·TV로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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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삼성전자 1분기 흑자 전환
휴대폰 이익률 노키아 제쳐 원화 약세도 효과 발휘

삼성전자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 모습. [연합뉴스]

뉴스 분석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 낸 흑자 규모(1500억원, 본사 기준)는 최근 몇 년간 분기별 실적과 비교할 때 좋은 성과는 아니다. 이 회사는 2004년부터 한두 차례를 빼놓고는 분기별 1조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번 실적이 고평가되는 이유는 지난해 4분기 9400억원의 적자에서 석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국내외 경쟁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실적이다.

이런 삼성전자의 힘은 반도체·LCD 같은 부품에서 휴대전화·TV·가전 등 소비재 완제품까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종합 전자업체라는 기반에서 나온다. 호황일 때는 부문별로 분기당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낸다. 2004년 1분기에 반도체 2조원, 휴대전화와 LCD가 1조원씩의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경기가 나쁠 때도 부문별로 명암이 엇갈리면서 전체 실적 악화를 보완해준다. 올 1분기에 반도체와 LCD 부문이 합쳐 1조원 가까운 적자를 봤지만 휴대전화가 이를 메우고, TV에서 흑자를 냈다. 휴대전화를 포함한 정보통신 부문은 4600만 대의 단말기를 팔아 노키아(36%)에 이어 시장점유율을 19%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영업이익률도 12%에 달해 노키아(8.9%)를 넘어섰다.

물론 강도 높은 비용 절감과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나 수출 증가도 실적 호전에 기여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최지성 완제품(DMC) 부문 사장이 “(마케팅 비용을) 원 없이 써봤다”고 했을 정도로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불황으로 경쟁사가 몸을 사릴 때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 덕분에 올 들어 휴대전화와 TV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이 회사는 브랜드를 알릴 만큼 알렸다는 판단에 따라 올 1분기에는 마케팅 비용을 3분의 1 수준인 6000억원으로 줄였다. 또 반도체·LCD 등에 대한 시설 투자도 지난해 1분기의 5분의 1 정도인 6000억원만 썼다. 삼성전자 IR팀장인 이명진 상무는 “일부에서 지적하는 환율 효과에 따른 실적 개선은 2000억원이 안 된다. 휴대전화 호조와 비용 절감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실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 기대를 거는 전문가가 많다. 반도체는 1분기 영업적자가 65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하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괜찮은 실적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1분기에 손실이 매출액의 71%에 달했고, 독일 키몬다는 파산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률이 93%였던 엘피다는 일본 정부에 공적자금을 요청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어느 제품보다 가격이 오르면 수익성 개선 폭이 크다. 환율도 우호적이고 제품군도 선도적으로 많아 삼성전자와 외국 경쟁사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론도 없지 않다. 이번 흑자가 수요 증가보다는 비용 절감의 결과라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삼성전자 홀로 잘나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창우 기자

하이닉스
비수기에도 손실 36% 줄여

하이닉스가 1분기에 적자 폭을 줄였다. 계절적 비수기와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는 평가다. 24일 발표된 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3130억원에 영업손실 5150억원(연결 기준)이다.

지난해 4분기(매출 1조5000억원, 영업손실 8020억원)보다 손실이 36% 감소했다. 1분기의 반도체 출하량과 평균 판매 가격이 지난 분기보다 각각 2%와 7% 낮아졌다. 대신 고부가가치 반도체인 낸드플래시의 판매가가 10%나 올랐다.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에도 반도체 가격 반등과 환율 이점에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으로 손실을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반도체 시황이 점점 나아질 것으로 예상돼 2분기엔 흑자 전환까지 기대했다. 이 회사의 권오철 전무는 “최근 선보인 41나노 첨단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다.

후발 반도체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1년 이상 벌려 경쟁력도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원호 기자

SK에너지
수출 활황에 영업이익 62%↑

SK에너지는 올해 1분기에 매출 8조1053억원과 영업이익 6458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2% 떨어졌지만 영업이익은 61.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2470억원에 달했다.

매출 감소에도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이익이 많이 나는 수출이 내수 부진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6% 감소했지만 수출은 4조4804억원으로 1분기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석유사업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보다 판매 물량과 금액이 각각 2%, 25% 감소했다. 이 때문에 1분기 전체 매출액 중 내수판매액은 3조42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나 줄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휘발유·등유·경유 등 3대 경질유의 수출 물량을 대폭 늘려 전체 석유제품 수출 물량이 32.6%, 수출액은 1% 증가했다. 화학사업의 영업이익은 1294억원으로 345% 증가했다.  

문병주 기자

기아자동차
22만 대 팔아 당기순익 974억

기아자동차는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올 1분기에 21만9839대의 자동차를 팔아 3조502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889억원, 당기순이익은 974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내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어난 7만9000대에 달했지만 수출이 20.6% 줄어든 14만1000대에 그쳐 전체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보다 12.6% 줄었다. 다만 원화 가치 하락으로 매출액 감소 폭은 5.8%였다. 영업이익도 12.8% 줄었으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248억원 적자에서 974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기아차 이재록 재경본부장은 “원가 절감과 제품 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며 “현대자동차의 실직 위험 보장 프로그램(고객이 차를 구입한 뒤 일정기간 내에 실직할 경우 차를 되사주는 것)을 미국 시장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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