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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연정 붕괴직면…레비 외무장관,중동평화 강경책에 반발 사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다비드 레비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지난 4일 전격 사임함으로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우익연정이 붕괴위기에 직면했다.

레비 장관의 사임으로 그가 이끄는 게셔당 의원 5명도 연정을 떠나 네타냐후 연정은 전체 1백20개 의석중 61석으로 과반수보다 고작 1석만 넘기게 됐다.

레비 장관의 사임 이유는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 중동평화과정을 교착상태에 빠뜨리고, 올해 예산안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한데 대한 불만으로 요약된다.

레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사회복지에도 평화에도 관심이 없는 정부에서 일할 수는 없다" 고 강조했다.

레비 장관은 온건성향의 정치인으로 지난 96년6월 현 정부 출범후 네타냐후 총리와 중동평화.경제.사회정책 등에서 끊임없이 대립해 왔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레비 장관의 사임에도 불구, 기존 강경정책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자세다.

그는 4일 자신이 잠정적으로 외무장관을 겸임할 것이라며 "오는 2000년 임기만료 때까지 현 연정을 계속 유지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네타냐후가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한 연정붕괴는 이제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정 파트너들은 물론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 안에서조차 그의 정책노선에 대한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쿠드당 소속의 이츠하크 모르데차이 국방장관이 현재 네타냐후가 중동평화에 단안을 내리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고, 4명의 연정참여 의원도 연정탈퇴 가능성을 표명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은 조만간 의회에 정부 불신임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2개월 안에 총선이 실시된다.

관측통들은 만약 조기총선이 실시될 경우 국민들의 지지도에 비추어 네타냐후의 재집권은 거의 힘들고 노동당 중심의 중도좌파 집권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레비 장관의 사임에 따른 이스라엘 정국의 혼란은 당장 중동평화협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주로 예정된 데니스 로스 미 중동특사의 중동 방문과 오는 20, 22일로 각각 예정된 미.이스라엘, 미.팔레스타인 정상회담에 차질이 우려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으로 이어지고 온건성향의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중동평화과정은 급진전될 수도 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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