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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부동산시장 상품별 경기·투자여건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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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 부동산시장은 본격적인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를 맞아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MF의 저성장 기조에 따라 정부.기업.가정 모두 긴축생활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구매수요 감소로 부동산 값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 보유 부동산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경영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의 개인 부동산까지 가세하면 매물이 넘쳐나 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원.감봉의 위기에 직면한 봉급 생활자들은 더더욱 부동산에 관심을 둘 입장이 못된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해 갖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많아지고, 음식점.옷가게 등 기존의 중소상가들도 불황으로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져 이래저래 매물만 늘어나게 될 처지다.

게다가 은행권의 저축금리가 높은 것도 부동산의 투자 메리트를 줄이는 요인. 은행의 경우 환금성이 좋은데다 이자까지 많이 주면 굳이 위험성이 도사린 부동산을 택할 이유가 없을 것 이란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물론 예외와 변수는 있다.

우선 인기 아파트나 목좋은 상가, 서울 근교의 아파트용지, 개발 예정지 주변 등과 같이 수요가 풍성한 상품의 경우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

또 물가가 크게 오르고 개발 관련 규제가 풀리면 돈이 부동산으로 몰릴 소지도 많다.

금융실명제를 보완해 지하 자금에 숨통을 터 준다든가 외국인에게 국내 부동산 취득을 허용하면 부동산 값이 순식간에 뛸 가능성도 있다.

조만간 실시될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 완전자율화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분양가가 오르면 위치가 좋은 기존 아파트의 값도 덩달아 상승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상품별 경기전망 및 투자여건을 점검해 본다.

◇ 주택 =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매물이 넘쳐나 현재도 값이 내리는 추세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여건이 좋아지지 않으면 하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물가상승, 임금 동결 또는 삭감에다 금융권의 대출중단.금리상승 등으로 주택구입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무리하게 융자금을 끼고 주택을 사거나 분양받으려는 수요가 많이 줄어들 소지가 많기 때문.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까지 큰 폭으로 오르던 용인.김포.남양주 덕소 등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 입주권 프리미엄이 지난해 12월 들어 2천만~3천만원씩 떨어져 한동안 부풀어 있던 거품이 빠지는 분위기다.

입주 후 값이 올라 상당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또 서울.신도시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말부터 아파트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반면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 기존 주택시장은 더욱 싸늘해 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가격 대폭락 사태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도권 주택 보급률이 약 70%수준이고▶주택업체들이 자금부족으로 집을 덜 짓게 되는 반면 잠재수요는 그런대로 풍성한 편이며▶투기자금의 유입 가능성도 적지 않아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적고 하락기간도 짧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역세권이나 주변환경이 좋은 지역의 경우 여전히 인기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서울의 경우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용적률 강화로 신규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기름값 인상에 따른 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기권 거주자들의 서울 U턴 현상이 일어나 집 값이 오를 소지도 없지 않다.

임대주택사업도 관심 대상이다.

직장을 잃거나 봉급이 동결 또는 삭감되면 집을 줄여가는 사람들이 생길 것으로 보여 소형주택 임대사업이 호황 상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 준농림지.전원주택 = 전원투자의 꽃이었던 이 분야도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지난해부터 이미 건축규제가 강화됐고 준농림지에 들어선 카페.음식점 등도 공급이 넘쳐나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다.

게다가 긴축생활로 수요가 크게 줄어 사정은 더욱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세는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개발예정지 인근 땅.임야와 전원주택지로 이용할 수 있는 도로 안쪽 준농림지 수요는 그런대로 살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상가.상가주택 = 바닥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 자금사정이 빠듯하게 되면 우선 긴축생활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음식점.옷가게 등 동네 주민을 상대로 한 장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웬만한 곳이면 이미 상가가 남아 돌아 장사가 제대로 안되고, 특히 이번 IMF 사태까지 겹쳐 경기는 더욱 곤두박질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IMF 한파로 서울역세권 상가 권리금이 20%이상 하락했다.

상가주택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동안 소형 부동산개발붐을 타고 도심 자투리땅과 신도시 등에 대거 건립된 상가주택은 공급 과잉으로 건축비도 제대로 못 건지는 처지가 됐다.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아 수익이 보장되는 곳이 아니면 가급적 손대지 않는 게 좋다.

◇ 빌딩.오피스텔 = 역시 경기전망이 어둡다.

기업들이 구조 조정 차원에서 빌딩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다 도산하는 기업이 늘어 사무실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 오피스텔의 경우 가뜩이나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IMF한파까지 몰아쳐 시장 분위기는 냉각되는 추세다.

다만 대학가를 낀 역세권 등지와 같은 목좋은 곳의 오피스텔은 대학생.독신자 등 실수요자가 살아 있어 일반 지역보다는 형편이 나을 것으로 전망된다.

◇ 재개발.재건축 = 대표적인 도심 부동산 상품인 이 분야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동안 이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회사들은 일단 자기 돈으로 선투자한 뒤 일반 분양분을 팔아 공사비를 챙겼고 조합원 이주비도 은행돈을 빌려 충당했다.

그러나 이제는 선투자할 돈도 없고 은행대출도 묶여 업체들이 이 사업을 꺼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조만간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되면 판도가 달라진다.

이들 사업지는 대부분 위치가 좋아 분양가격을 올리더라도 수요는 풍성하다.

자연히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개발이익도 높아지게 된다.

◇ 경매시장 = 경매인구가 줄어들어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될 전망이다.

앞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한 부동산이 대거 법원경매시장에 나오면서 낙찰률은 하락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매 부동산의 잔금대출을 해주던 상호신용금고가 지난해 11월말부터 잇따라 잔금대출을 중단하는 바람에 융자를 끼고 낙찰을 받을 수 없고, 여유 돈이 있는 사람도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경매에 가급적 참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영진·손용태 기자

◇ 도움말 주신 분

▶대한부동산신탁 김정렬영업기획팀장

▶건국헤지펀드 유종률사장

▶영선부동산 이경식이사

▶태인컨설팅 김종호실장

▶21세기컨설팅 양화석사장

▶삼흥컨설팅 김현재사장

▶거성부동산 이완준사장

▶키라컨설팅 박정수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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