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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뭉친 노사,위기를 호기로…태창금속공업 기술로 승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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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IMF 아니라 그보다 더한 시련이 닥쳐도 문제없습니다.

저희에겐 세계 제일의 기술과 노사 (勞使)가 함께 흘리는 땀이 있습니다.”

인천 남동공단의 중소기업 태창금속공업㈜. 고강도 교량난간.방음벽.고급 도금금속물 제작업체인 이 회사 가족들에게 무인년 (戊寅年) 새해는 가슴설레는 한판 도전의 장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까지 줄줄이 쓰러지고 있는 요즘, 태창 사람들은 그동안 쏟아온 자신들의 땀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5년 연속 매출액 30%이상 증가, 성수대교.서강대교에 자사제품 시공, 방글라데시 자모나 다목적댐 건설사업 진출 확정, 지난해 12월 '이달의 중소기업인상' 수상. 하지만 태창 사람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건 따로 있다.

업계 최초의 일본시장 진출이 그것.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정부의 심사를 통과, 일본고속도로공단에 중앙분리대와 방음벽을 납품했습니다.

60만달러 수출로 길을 뚫었으니 이제 고속질주를 할 겁니다. "

이선용 (李善用.46) 사장. 78년 대학 졸업후 바로 도금업체를 설립,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잘 나가는 것같던 회사가 80년대 중반 무너지고 말았다.

"눈물을 흘리며 '기술이 있어야 산다' 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

李사장은 89년 재기의 꿈을 안고 일본 최대의 금속도금업체를 찾아갔다.

사장을 만나기 위해 '1주일을 꼬박' 공장 앞에서 기다렸다.

李사장의 정성에 감복한 일본인 사장은 기술지원을 약속했다.

李사장은 이듬해 부실로 쓰러져가던 태창을 인수하고 일본에서 기술을 들여왔다.

李사장은 아예 공장 한켠에 마련한 기숙사에서 종업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땀을 흘렸다.

그로부터 2년, 독자 기술개발에 성공한 태창은 성장가도를 달려 95년엔 교량난간.방음벽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박태종 (朴泰鍾.39) 과장은 "마치 사장과 종업원이 누가 더 열심히 일하는 지 내기를 하는 것 같았다" 고 당시를 술회했다.

'기술 제일' 이 이 회사의 사시 (社是) .종업원 1백40명중 1백여명이 일본 등의 선진업체에 현장 연수를 다녀왔다.

14명의 연구인력으로 자체 기술연구소를 만들어 연간 4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지난해 매출액 1백80억원. 올해 목표 2백50억원. 쏟아지는 주문을 대기 위해 신정 (新正) 연휴는 물론 어린이날 단 하루를 제외한 1년 3백65일 12시간 2교대로 24시간 일한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기술을 개발하고 노사가 합심하면 안될 일이 없습니다. "

새해 아침, 뜨거운 쇳물 위로 토해내는 태창 사람들의 힘찬 목소리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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